尹대통령, '혁신의 적' 상속세 지목 "얼마나 비효율적이냐"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4. 3.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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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20.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 문제를 지적하면서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그만큼 늘어나는 규제 등을 개편하는 종합 대책도 내놓는다. 동시에 독과점 해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기업인들의 과제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尹 "상속세 신경쓰느라 기업 밸류업 못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단지 부의 되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그래서 세율이 매우 높고 여건이 아주 까다로운 가업승계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나라에 많은 기업들이 1세대를 지나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상속세를 신경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 이런 현실에서 마음놓고 기업에 투자하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독일은 가업승계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기업이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며 "독일은 상속세 최고 세율이 30%로 우리나라 50%보다 훨씬 낮고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고용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00%까지 감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오늘날 독일은 세계최대의 히든챔피언과 100년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20.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 대통령은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고용도 안정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월 금융분야 민생토론회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 역시 과도한 상속세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소액주주는 회사의 주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주가가 올라가야 자산 형성을 할 수가 있는데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느냐"며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에다가 할증세까지 있어서 재벌기업,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상장기업의 어지간한 기업들이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런 과도한 세제라고 하는 건 결국은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께서 다 같이 좀 인식을 하고 공유를 해야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기업성장사다리 종합대책' 발표 예정
또 윤 대통령은 이날 "기업규모가 커지면 규제와 조세부담도 커지지만 규제는 지나치게 강해지고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증후군이 만연해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세제 재정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서 기업성장사다리 종합대책을 금년 상반기까지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20.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기업인들에게 쓴소리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산업과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정부도 독과점에 지대추구를 방치하지는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독과점 울타리에서 손쉽게 이자장사를 해온 금융권의 지대추구를 개선한 것도 바로 이런 시스템의 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은행 이자수익은 60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5대은행의 이자수익은 40조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세계은행 순위에서 50위 이내에 우리나라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결국 독과점 구조에 지대추구에 안주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 스스로도 독과점의 기대추구에 안주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독과점 기업은 당장 돈을 벌기 쉽지만 결국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과점 해소·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
대기업의 책임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는 안 되고 산업생태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다 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의 노동개혁에 맞춰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노동권 보호에도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출산 지역균형발전과 같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해결에도 기업들이 공동체 일원으로서 적극 동참해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과 산업발전 과정도 자세히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 116만명을 돌파했다. 많은 국민들께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며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가 달렸다는 말처럼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업적도 기렸다. 윤 대통령은 "이병철(삼성 창업주), 정주영(현대 창업주) 회장님을 비롯한 불굴의 도전과 투지로 기업을 발전시켜 온 우리 상공인들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 현대사에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대의 가장 위대한 유업은 우리의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이 땅에 뿌리내려 키워온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민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기업인, 중소 상공인 대표, 정부포상 유공자와 가족 등이, 정부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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