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풀린 정원에 지자체 “환영”···의대 정원 어떻게 변해왔나
정부가 20일 내년도 전국 40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현행보다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2006년 3058명으로 동결된 지 19년 만의 변화다. 의대 정원 규모가 늘어난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문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반발이 큰 상황이지만 의대 증원 배정이 확정되자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2000명 중 비수도권에 1639명(82%)를 배정하면서 각 지역 지자체장들은 “지역의료 살릴 단비”라며 반겼다.
이승만 정부 시절 1040명이던 의대 정원은 김대중 정부까지 역대 정권에서 계속 증원됐다. 1998년 제주대 신설로 3507명까지 늘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해 의료계가 파업에 나서자 당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해 2003년부터 4년간 351명을 연차별 순차 감원했다. 한 총리는 “2000년의 타협이 2035년의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올해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의대 증원안(2000명X5년)을 만들었다.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은 동결돼 있는데 고령화와 가구별 소득증가로 의료이용이 늘어나는 한편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도 심화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의사 부족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의대 증원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공공의료 강화 여론이 부상하면서 2020년 정부가 10년간 4000명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의사단체가 파업에 나서면서 중단됐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프런’‘의료난민’ 등으로 표현되는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커졌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의사 수 부족’이 꼽혔다. 현장에서 불법일지도 모르는 의사 일을 일부 대신해야 했던 간호사들을 비롯해 의료공백 문제를 체감하는 환자·시민·소비자단체 및 지역사회에서는 의대 증원을 요구해왔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을 통해 내년도 의대 증원을 공식화했으며, 지난달 6일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2006년 입학 정원 동결로 발생한 심각한 의사 부족 문제과 지역 격차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만으로 지역·필수의료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해당 분야 수가(의료행위 대가) 제도 개선, 전공의 비수도권 수련병원 배정 비율 상향, 대학별 지역인재전형 확대 등을 추진한다.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배정 비중을 높게 한 것은 지역 의대·수련병원을 거친 의사가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 의사들에 의무를 부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녹색정의당은 이날 “양성된 의사의 지역 배치 방안이 없는 ‘오직 증원’뿐인 허술한 대책”이라며 공공의대·지역의사제·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을 촉구하면서 전공의 이탈로 드러난 현 의료체계 문제 해소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련병원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의사인력 쏠림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사립대 의대 증원 인원 1194명 중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가 764명(64%)”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기는 명분이고 수도권 병원 지원하기 정책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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