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문제는 정치···‘포퓰리즘→저성장’ 남미 교훈 생각하며 총선 임해야”
자유민주주의 근원 처방은 선거···‘나쁜 후보’ 걸러야
정치권이 부추기는 노조 강성화 기조 이젠 멈출 때
연금개혁, 文정부 때 세력들 그대로 남아 지지부진
‘이승만 평가’ 자유민주·시장경제 관점서 진행돼야
우리 경제에 저성장 고착화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더 이상 ‘한강의 기적’을 거론하기 민망할 만큼 경제 각 분야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노와 분열의 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4·10 총선을 앞둔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에 대해서는 “선심 정책의 남발로 정치가 왜곡되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고질적인 포퓰리즘 정치로 경제를 망가뜨린 남미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 연금 개혁 태도에 동조한 의원들이 국회를 장악해 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해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 무엇이 근본 문제인가.
△문제는 정치다. 분노와 분열의 정치가 가장 큰 문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부정하는 정치 탓에 경제하려는 의지는 꺾였고 ‘보조금 카르텔’만 양산하는 정치가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 재정만 축내는 정책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고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사람들이 보조금에 매달려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재정의 대부분은 성장보다는 복지에 지출되고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이 일상화됐다. 근로시간은 법으로 과도하게 규제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경영주의 리스크는 커졌다. 성장을 막기 위해 일부러 그런 정책을 도입한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암담한 상황이다.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경영권의 확립과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되 정부의 경영 개입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노동이사제 등 노조의 경영 참여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로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공정거래를 목적으로 내세운 재벌에 대한 사전 규제도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규제다. 타다금지법과 신산업 규제,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안전 규제 등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정치화가 고착화된 노동계의 개혁도 중요하다. 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등록금 규제를 풀고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성 노조일수록 인기를 얻는 것은 파업하고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용인하고 정치권이 부추기는 노조의 강성화 기조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노사 관계가 정치적 어젠다가 되는 순간 노사 관계의 평화가 사라진다. 정치권이 노조와 결탁하는 한 건강한 노사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노사 관계는 기본적으로 노사의 문제로 국한해야 한다. 파업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하고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자의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을 내세워 선심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데.
△선심 정책 남발로 정치가 왜곡되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인기 영합 정책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민생도 개선하지 못한다. 미래 세대뿐 아니라 현 세대도 경제 침체로 고통받게 된다. 상당수 남미 국가의 경제 실패는 포퓰리즘에서 얼마나 벗어나기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포퓰리즘은 일부 계층에 혜택을 주지만 경제 침체를 초래해 정권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성장 견인에 시간이 걸리고 경제 치유에 고통이 수반된다. 정치가 불안정해지면 또다시 인기 영합적 미봉책을 쓰게 되고 정치 불안과 경제 침체가 계속된다. 우리나라 경제도 포퓰리즘 탓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어떤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하면 좋을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좋은 법과 정치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의 삶을 개선한다. 권력과 특권을 통제하고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국회의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달빛철도특별법 제정 등 포퓰리즘으로 정치하는 국회의원들은 최악이므로 이번 총선에서 퇴출돼야 한다.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다음 국회에서는 솔선해서 악법 폐지 운동을 벌여 악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 사적 자치의 원칙을 부정하는 악법을 우선 개정해야 한다. 근로시간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최소한으로 규제하고 노사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한다. 하도급법·상생법 등에서 납품 단가 연동을 강제하는 조항이나 자율 계약을 부정하는 법률의 실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합리한 법들도 개정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해 기관의 자율에 맡기되 공기업 이전과 같이 하석상대(下石上臺)하는 정책은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타다금지법·달빛철도법 등 경제를 망칠 것이 뻔한 정책들이 힘을 얻고 실행되는 이유는 뭔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변화를 거부하고 정치 세력화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영국은 러다이트운동에 러다이트운동금지법으로 대응했다.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리더십뿐 아니라 정치 전체를 이끄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정치권의 리더십은 무슨 의미인가.
△우리 같은 국민들이 어디 있는가. 코로나19 방역하면 다 따라주고 최대한 공동체를 위해서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잘못된 정치로 위대한 국민들이 길을 잃게 만들면 안 된다. 이제는 정치권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토의하고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근원적 처방은 선거다. 인기 영합적 정책을 사용하는 후보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개혁은 선거에서 시작된다.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출생률이 낮은 직접적 이유는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과거와 같이 많은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간접적 이유는 결혼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문화적 이유로 가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무리하게 타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미 저출산이 오랜 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당장 출생률을 급격하게 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양비만 올려 가족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또 재정지출을 늘려도 경제성장으로 재정을 증가시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출생률 제고도 중요하지만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변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연금과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가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가족 중심의 고령화 위험을 완충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맞물려 연금 개혁이 시급한데 진전이 없다.
△현 정부의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전 정부와 거의 같다. 연금 개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연금 개혁 의식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 연금 개혁 자세와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연금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국회가 바뀐 후 새로운 국회의원들이 연금 개혁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고령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저출생·고령화로 보편적 복지 제도가 가능하지 않게 됐다. 2070년쯤에는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1인당 조세 부담액이 현재 수준의 재정지출 유지를 전제로 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생산성 증가로 생산연령인구의 1인당 소득이 두 배 이상 증가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미래가 어두운 상황이 된다. 고령화로 재정지출이 현재보다 증가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고령화에 대비해 각자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이를 부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가채무 급증, 국민연금기금 및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위기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두가 현재의 부담을 미래로 이연할 수 없고 미래 세대도 부담 능력이 없다.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재정 건전화로 인구구조 급변에 대응해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운동권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폄훼돼왔다. 초대 대통령으로서 이 전 대통령이 건설한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하기 위해 ‘이승만 격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철학가로서, 독립운동가로서 국민의 추앙을 받으며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 진실을 회복하는 데 우선 힘써야 한다. 이 전 대통령 관련 논의의 방향은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어떻게 공고히 해나갈 수 있느냐로 맞춰져야 한다.
◆He is···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상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세대 정경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지급결제학회 회장, 지역발전연구소 소장, 산업에너지환경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고 현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시장경제의 이해’ ‘연금개혁’ ‘적합업종’ ‘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는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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