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야 잘 있느냐] 서경덕 교수 “30년 동안 한국 알리기 활동…조건 없이 돕는 분들 덕분에 가능했죠”
[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서경덕 교수(50·성신여대 교양학부)는 대한민국 민간 홍보대사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려온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광고진흥발전 유공자 문화부장관표창(2011), 제6회 환경재단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2010) 등을 수상했다. 서경덕 교수를 서울 구로구 집무실에서 만나 긴 시간 한결같이 대한민국 알리기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욱일기 퇴치 운동과 관련해 일부 일본 극우 누리꾼들의 심한 공격을 받으셨다.
제 딸의 얼굴을 욱일기에 합성하기도 하고, 옷 벗기는 사진과 합성해서 공격해온다. 일본 극우들이 욱일기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세계 곳곳에 남은 욱일기 문양을 다 없앨 때까지 달리겠다.
-독도와 관련해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다.
일본이 얘기하는 다케시마의 날이 2월에 있었다. 행사를 통해 어떻게 왜곡하는지 알기 위해 일본에 가는데 입국 때 공항에서 2시간 억류돼있었다. 저는 일본에서 블랙리스트 0순위다. 이번에는 너무 심하게 했다. 가족 이름은 물론 뭐 하고 있는지도 다 적으라고 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가 하는 활동들이 잘 먹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본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그전에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맞춰 몇 번 갔었다. 이들이 대외적으로 왜곡하려는 측면이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적 측면이다. 그러다 보니 강치를 캐릭터화시켰다. 가보니 더 다양하게 만들었다. 강치를 주인공으로 스티커 북, 동화책, 종이접기 등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자신들이 독도를 불법 점거했을 때 멸종시킨 강치를 등장시킨 것도 어이없는 데 아이들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일본의 왜곡을 알리기 위해 독도와 강치의 역사를 담은 5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나영석 PD의 내레이션으로 배포했다.
-독도 역사 알리기가 중요한 이유는?
일본이 독도를 계속 자기네 땅이라고 왜곡하는 걸 그냥 놔두면 그들은 우리가 인정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정확한 자료를 팩트에 근거해서 꾸준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
-활동 중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독도와 동해 표기에 관한 활동이다. 독도는 영토적 문제이고 동해는 명칭적 문제이다. 두 개는 같은 개념으로 가기 힘든데 동해에 독도가 있다 보니 외국 신문에 광고 캠페인을 많이 했다. 그때는 김장훈 씨가 후원을 많이 해줬다.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해 항의했다. 세계적인 유력 매체들이 동해를 이스트 씨(East Sea)로, 독도를 Dokdo로 쓰게끔 홍보하고 있다. 영상광고를 만들어서 뉴욕 타임스퀘어에 올리기도 하고 SNS, 유튜브 등에 올려서 세계인들이 다국어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또 독립기념관에 독도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을 2년 정도 역임했는데 그때 독도 교육과 관련한 교구재를 개발해 전국 선생님들께 제공했다.
-대한민국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계기가 무엇이었나.
제가 93학번인데 1989년에 배낭여행이 자율화돼서 1990년대 중반에 배낭여행을 갔다. 그때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1위 대국이라고 배웠는데 밖에 나가보니 코리아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물어서 코리안이라고 하면 노스냐, 사우스냐 물었다. 그래서 민간 차원에서 코리아를 알려보자고 생각해 배낭여행을 다닐 때 기념품과 한국 책을 들고 나가서 기증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활동 중 크게 기억에 나는 일은 무엇이 있나.
과거에는 외국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해보자 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가서 한글 안내서를 비치해달라고 얘기했다. 만약 비치해준다면 내가 한국에 가서 만들어 보내겠다고 얘기했다. 한국에 와서 공공기업 등 200곳을 찾아다닌 끝에 안내서를 제작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전달했다.
-배우 송혜교 씨와 꾸준히 해외 관광지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하는 활동을 해왔다.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우연히 송혜교 씨와 합석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송혜교 씨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넣은 기사를 봤다면서 자기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해 의기투합하게 됐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13년을 함께 해왔다. 전 세계 35곳에 한국어 안내서와 한글 간판을 비치했다.
-30년을 한결같이 활동을 이어온 비결은 무얼까?
주변에 고마운 선후배분들이 함께 도와줘서 계속할 수 있었다. 30년째 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들은 일면식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모금해서 후원해주는 분들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독도 전면광고를 낼 때 4주 동안 10만명이 참여해 2억 1000만원이 모금됐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요즘은 SNS 덕분에 전 세계에 특파원이 생긴 기분이다. 세계 각지에서 어디에 뭐가 잘못됐다고 제보해주신다. 그분들의 제보 덕분에 더욱 세밀하게 활동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30년 동안 활동한 건 제 인생의 1막이다. 나머지 30년이 2막이라고 생각한다. 30년 동안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고 실수도 했다. 이걸 보완해서 앞으로는 더 세련된 방법으로 문화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 홍보할 생각이다. 독도와 관련해 예전에는 홍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전파했다면 앞으로는 K-드라마에 독도가 나온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활동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독도와 관련해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얼까?
가장 중요한 건 전 국민이 관심 가져야 한다는 거다. 일본인들이 망언을 할 때 확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는다.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울릉도 독도를 많이 여행하는 거다. 역사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현장에 가는 것만큼 생생한 것은 없다. 일본 사람들을 만나면 저는 항상 얘기한다. “당신들이 독도를 관광하려면 여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여권 없이도 갈 수 있다.” 일본 기자와 인터뷰할 때도 말한다. “당신이 독도에서 취재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올리려면 국제로밍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냥 올릴 수 있다. 그럼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일까?”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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