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봐달라던 비행소년에 최고 보호처분… 그 ‘단호박 판사’ 근황
오토바이·자동차 절도, 편의점 탈취, 무단 침입. 다수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가출 청소년의 재판에서, 판사는 흔들림 없는 태도로 소년법상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2년 이내 장기 소년원 송치)을 내렸다. 소년의 반성과 어머니의 눈물 호소도 소용없었다.
2013년 한 청소년 기획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10대 재판 장면이다. 이 장면은 짤로 제작돼 온라인상에 확산했고, 선처 없이 단호한 처분을 내린 박나리 판사에겐 ‘단호박 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근 그가 변호사가 됐다는 근황이 전해지면서 당시 재판이 재조명됐다.
박 변호사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변호사가 된 근황을 직접 전했다. “저는 스물일곱에 판사가 되었어요”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는 박 변호사가 그간 판사로 일하며 느낀 소회와 변호사로 전직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박 변호사는 2007년 판사 임명장 사진을 첨부한 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좌충우돌 배석 판사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배워나갔다”며 “엄마로서의 역할과 판사로서의 역할, 둘 다 포기할 수 없었기에 매일매일 고군분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7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판사를 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TV에도 출연했다”며 “부장 판사가 되었고, 가사 재판을 하면서 인간 관계와 가족 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일해온 지난 17년간의 판사 생활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저는 이제 변호사로 새롭게 도전한다”고 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2013년 KBS 청소년 기획 프로그램 ‘위기의 아이들’에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소년부 판사였던 그는 상습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소년에게 단호하게 10호 처분을 내렸다. 소년은 물론 어머니까지 나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박 변호사는 “어머니께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라”며 소년을 꾸짖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이후 온라인상에 ‘단호박 박나리 판사’ ‘얄짤없는 여성 판사’ 등의 제목으로 확산했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등을 훔치고, 편의점을 털고, 남의 집에 들어가는 등 상습 절도 혐의를 받는 소년에게 선처 없는 태도를 보인 당시의 박 판사가 ‘사이다’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박 변호사의 근황을 담은 영상은 20일 기준 60만회를 넘겼다. 댓글도 300개 이상 달렸는데, 이 가운데는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세상에 ‘10호 처분’ 짤로 유명했던 판사님이셨군요” “소년범들 재판하면서 얄짤없이 판결하던, 티비에서 봤던 그분인데 신기하다” 등이다. “변호사셔서 좀 더 대중에게 가까워진 느낌”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네티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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