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만으로 수십억 연봉?"…증권사 CP 브로커 향한 두 시선

우연수 기자 2024. 3.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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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성 이용해 과도한 이익 취해"
직접 딜링까지 하는 '딜커', 파킹·시장교란 문제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회장보다 많은 연봉'으로 채권 중개업자(브로커)들이 증권가 연봉 톱(top)을 기록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엇갈린다.

변동성 커진 시장에서 중개업자들의 역할이 커진 것이란 설명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장외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중개자면서 동시에 매수·매도 '딜링'에까지 뛰어들고 있어 시장 교란·왜곡 등 문제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장님보다 많은 연봉 '채권 브로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채권본부과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42억500만원을 수령했다. 이병철 회장(18억700만원)의 두배가 넘는다.

그는 채권·CP 부문 중개영업 성과급으로만 41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다올투자증권 개인별 보수 상위 5위는 이병철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채권 영업 관련 임직원이 휩쓸었다.

또 남창현 현대창증권 전문 상무(16억4200만원)가, 신승호 유안타증권 과장(15억9000만원) 등 타 증권사에서도 채권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채권·CP 영업 성과급으로 높은 연봉을 받아갔다.

채권 영업맨들의 고연봉은 증권가에서 놀라울 일은 아니다. 채권 거래는 장외 거래 특성상 매수·매도자가 적정 가격 상대를 찾기 힘든데, 그 가운데서 브로커의 중개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라 채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CP 등 단기채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역할은 더 두드러졌다. 만기가 도래한 CP의 차환 발행은 많았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를 찾기 힘든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채권 중개인들은 100억원 거래하면 50~100만원 사이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CP는 일반 채권보다 수수료도 높고 수수료 발생 빈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중개하려다 내가 매수"…딜커(딜러+브로커)들의 활약

하지만 아무리 중개 건수가 많고 수수료가 높다 해도 한사람 당 수십억원씩의 성과급은 생각보다도 더 많은 측면이 있다. 성과급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더 크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 이상이면 중개 수수료를 회사와 개인 이 일정 비율로 나눠갖는데, 성과 보수율은 2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단순 중개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채권 브로커들에겐 직접 채권을 보유함에 따라 얻는 수익도 있다. 이들은 중개자이면서도 때에 따라 채권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딜커(딜러+브로커)'라고 부른다.

이는 중개인이 매수·매도자가 될 수 없는 부동산 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다. 부동산 중개인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연결 다리 역할만 해줄 뿐이다. 매도자에게서 물량을 받아 나중에 이를 다시 매수자에게 파는 식의 중개는 불법이다. 한건의 거래로도 가격이 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중개업자의 매수·매도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도 있고, 중개업자가 본인만 아는 비대칭적인 정보로 사익을 취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증권사 하우스별로 단순 중개만 하는 곳도, 딜링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딜링까지 하는 경우엔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 채권을 보유만 하고 있어도 평가 금액이 올라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나아가 장외 시장의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시장금리보다 싼 값에 채권을 사고 비싸게 되팔아 이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채권 브로커들에게 쏠쏠한 수익원 중 하나는 발행 채권의 인수 수수료다. 채권이 발행될 때 투자자가 수요예측을 통해 사는 방법도 있지만 조건이 확정된 뒤 그에 맞춰 증권사를 통해 사들이는 방식도 있는데 이때 증권사가 중개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리가 예상과 달리 오르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고, 인수한 채권이 다 팔리지 않을 경우 떠안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어느 땐데 메신저 거래…브로커 의존 너무 높다" 불만도

고액 연봉의 브로커들은 변동성이 컸던 최근 채권 시장에서 적절히 시장 유동성 공급자 역할도 하고 거래를 활발히 했다는 점에서 인정받는다.

다만 이들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공존한다. 채권 시장에서 브로커 역할이 과도하게 커 '그들이 주도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여러 투자자의 매수·매도 호가를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장내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은 수기 메시지로 거래가 성사된다.

어떤 종목을 사거나 팔기 위해 투자자들이 브로커에게 완전히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또 채권 시장이 장외이기 때문에 특정 세력에 의해 금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 그래도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이 브로커들로 인해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채권 업계 관계자는 "종가가 나오는 오후 4시가 되면 월말 종가 관리를 하는 듯한 호가가 나오고 빠르게 체결되곤 한다. 거래가 잘 안되는 종목 위주로 브로커들끼리 허수 호가를 만들며 통정·파킹 매매 등을 통해 종가를 관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전했다.

통정은 서로 물량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말하며, 파킹이란 채권을 매수한 뒤 이를 바로 장부에 담지 않고 잠시 다른 계좌나 브로커에게 맡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원하는 금리에 도달하면 장부에 담는 거래를 말한다. 채권 매도자가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CP를 잠시 채권 브로커에 맡겨두고(파킹) 이를 장부에는 기록하지 않는 식인데, 여기에 브로커가 연루되는 것이다. 혹은 브로커 간에 이면 계약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역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순 없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불건전 운용 행태는 투명하게 바로잡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인이 딜러인지 중개자인지 밝히지 않고 거래에 임하는 채권 시장의 현 구조는 굉장히 이상하다. 브로커들끼리의 시장 교란, 채권 파킹, 기형적인 회계처리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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