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돌아올 다리 불태웠다…의학교육 흑역사 서막 열 것"

대한의학회·26개 전문과목학회 "사죄하고 대화 시작해야"
연대 의대 교수들 "한국 의료 침몰 막기 위해 사력 다할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정부가 20일 의대정원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하자 의료계는 "정부는 다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며 잇달아 발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세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2000명 증원에 반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의 거짓말에 대해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합리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의협 간부들에 대한 수일간 진행되고 있는 경찰 조사와 3개월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지금 정부는 다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는 필수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과 지역의료에 헌신하는 전공의들을 병원에서 내쫓는 것이며 동시에 의과대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는 것"이라고 했다.

학회는 또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필수의료를 파괴하고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지역의료를 파괴하고 있다"며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의학교육을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수많은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고통의 책임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의대 학생 정원 2000명 증원배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 병원, 강남세브란스 병원, 용인세브란스 병원 교수들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의료가 침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교육생의 67%를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1년이라는 초단기 기간에 증원하고 그 배분을 수 주만에 결정하겠다는 졸속 정책은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하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했다.

특히 "비수도권에 1639명, 수도권에 361명을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중심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폭발적인 의대생 증원 숫자를 제시하고 금년 9월 수시 전형부터 적용시키겠다는 증원은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적 카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