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비례 전쟁…‘조국혁신당을 잡아라’

박순봉 기자 2024. 3. 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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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윤영덕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국혁신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파죽지세를 보이자 야권 내부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20일 조국혁신당을 두고 “상당한 인사들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합동 선거대책회의를 했고, 이재명 대표는 “우리가 진짜 한 팀”이라며 ‘몰빵론’을 폈다.

조국혁신당은 여론조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트레이트 뉴스 여론조사 비례투표 조국혁신당 30.2%”라고 적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2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글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미래 35.3%, 조국혁신당 30.2%, 더불어민주연합 19.2%, 개혁신당 4.4%, 새로운미래 3.3%, 녹색정의당 1.7% 순으로 각각 조사됐다. 자동응답(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를 했고, 표본수는 2027명,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국 대표는 민주당의 ‘몰빵론’에 대해 ‘뷔페론’을 폈다. 그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나”라며 “음식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연합은 조국혁신당이 잘 되면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어 예민해질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강령과 인물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최근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서 한발 나아가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갔다가 민주당 지역구 후보도 찍는다는 ‘비조지민’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권 내 다른 정당들은 견제에 돌입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의 관계에 대해 “비례에서 잠식되기 때문에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몰빵론’을 띄우면서 조국혁신당을 경제하는 상황을 부각한 셈이다. 이 공동대표는 “안타깝게도 조국혁신당의 상당한 인사들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이런 분들로 채워진 것. 그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대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신장식 수석대변인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연일 ‘몰빵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선대위 회의를 개최다. 모두 발언 중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손을 잡으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만 보고 손 꼭 잡고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우리가 진짜 한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조국혁신당의 명예당원이 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SNS에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발언은 덕담 차원에서 했다지만 부적절했다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등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을 두고도 조국혁신당 견제의 일종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을 해서 표를 가져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조정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총선 때는 지역구 후보가 없으면 주목을 받기 어렵다. 군소 정당이 정책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일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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