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호등 끄고 켜는 시대 오나... 교통흐름 15% 빨라졌다

ETRI, '도시교통 브레인' 기술 개발
AI 강화학습으로 교통신호 최적화
실제 교차로 적용... 풍선효과 해소
교통체증까지 AI가 해결하는 세상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정문영 스마트데이터연구실 책임연구원이 도시교통 브레인(UNIQ)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TRI 제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교통신호를 제어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지도와 신호체계 같은 교통 정보를 학습한 AI가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량에 따라 적절히 빨간불과 초록불 신호를 바꿔주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이 기술을 실제 도로에 적용해보니 차량의 교차로 통행 시간을 15% 이상 단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I를 이용해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일 AI 강화학습을 적용한 신호 최적화 기술 '도시교통 브레인(UNIQ, Urban Network Intelligence for solving traffic Queue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ETRI에 따르면 현재의 교통 신호는 미리 조사된 교통량을 기반으로 시간대에 따라 고정적으로 바뀐다. 실제 교통량이 기존 조사 데이터와 다르면 교통체증이 수반될 수 있다. 이에 차량 통행량에 따라 신호를 바꿔주는 신호 최적화 기술이 일부 소규모 교차로에 적용돼 있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적용된 지역만 교통 흐름이 개선될 뿐 인근 다른 지역에선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ETRI 연구진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해 200개 이상의 대규모 교차로 통행량을 함께 계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대전시·세종시·티맵에서 제공받은 도로 지도, 1,500개 이상의 교차로 신호 체계를 토대로 800여 개 카메라로부터 수집한 영상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했다. 이때 영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저장하기 위해 '엣지-클라우드 협업 교통 상황 분석 기술'도 적용했다. 클라우드 주변부(엣지)에서 1차로 실시간 분석한 뒤, 여기서 확인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로 보내는 방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개발한 도시교통 브레인(UNIQ) 기술 개요. ETRI 제공

이 기술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와 실제 교통량의 차이는 10% 미만으로 추정됐다. 넓은 교통망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보행자 통행 시간과 안전을 위해 신호의 순서와 주기를 유지해야 하는 등의 교통 신호 제약 조건도 고려해 실제 도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이를 대전 유성구의 한 교차로에 설치하고 2021년부터 세 차례에 거쳐 실증에 성공했다. 실증에서 차량들의 교차로 통과 시간이 기존 신호 대비 평균 15%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UNIQ 기술은 클라우드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교통 관련 기업이나 스마트 교차로 사업 등에 기술을 이전해 내년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테스트, 지자체 허가 등의 절차도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정문영 ETRI 스마트데이터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연구진은) 앞으로 행정관청 이전, 새로운 건물 입점 등 외부 환경요인 변화에 따른 교통량 변화 등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