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활동가들 ‘대북전단’ 재개 움직임···상호 비방·고발도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대북전단 단체들이 활동 재개를 준비 중이다. 남풍이 불어 대북전단 살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탈북자 활동가들 사이에선 대북전단의 유효성, 단체 운영의 투명성 등을 둘러싼 상호 비방과 고발전도 벌어졌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탈북인단체총연합 대표 한창권씨는 지난 13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이민복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탈북 후 1995년 한국에 정착한 이씨는 2004년부터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한 1세대이자 ‘원조’로 꼽힌다. 한씨는 이씨와 함께 활동한 적이 있다.
한씨는 북한 내륙 깊이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북전단 살포는 대형 비닐 풍선에 전단과 라디오 등 물품을 담아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씨는 추진체 없는 풍선이 바람의 힘만으로 변화무쌍한 대기층을 뚫고 북한 내륙까지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한씨는 고발장에서 이씨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전단의 크기나 수량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후원금을 받아 불투명하게 결산해왔다고 했다. 한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런 주장을 알리는 기자회견도 했다.
이씨는 한씨가 개인적 앙심을 품고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한씨는 나에게 배워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하던 사람”이라면서 “한씨가 탈북 단체 대표라고 자칭하면서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나와 다른 활동가들을 모욕하고 비방한다”고 했다. 이씨는 한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어 “기상청에서 바람의 방향을 항상 확인하고, 그것을 계산해 타이머를 설치하며 풍선의 상태도 꼼꼼히 점검해 풍선을 날린다”며 “특허를 받은 적도 있고 정확히 전단을 살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등 내륙에 전단 살포가 됐다는 물증이 있느냐’고 묻자 “북한에 갈 수 없는데 어떻게 확인하냐”면서도 “평양보다 먼 평성시를 방문한 재미교포가 ‘전단을 봤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지금은 바람이 맞지 않지만 곧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군사분계선 부근 주민들은 다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살포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해 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9월 헌재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이 나오자 “종전의 대응을 초월해 놈들의 삐라 살포 거점은 물론 괴뢰 아성에까지 징벌의 불소나기를 퍼부어야 한다는 것이 격노한 우리 혁명무력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 촌장 안재영씨는 최근 집 앞의 풍향계를 자주 보게 된다고 했다. 지난 9월 위헌 결정 당시는 바람이 남쪽으로 향하는 북풍이 불었다. 여름이 되면 바람이 북쪽으로 향하는 남풍이 분다. 안씨는 “몇 주 전에도 전단을 날리겠다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며 “진짜 북한 주민들이 보도록 전단을 뿌릴 마음이라면, 중국 쪽에 가서 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씨는 남북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여기서 뿌리면 안 된다”면서 “그 사람들에게는 사업이니까 계속 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단체마다 자금을 지원받는 곳과 성향이 달라서 전단 살포 방식이 서로 달라 상호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며 “전단 살포는 활동가에게는 이권이 걸린 생계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양 총장은 이어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채워준다는 효과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9261737011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1510151049121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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