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간 달라"→"위헌"...中企, 내달 헌법소원 청구

김성진 기자 2024. 3. 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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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중대재해법 따르지 않겠다는 뜻 아니다" 힘 실었는데...헌법소원 청구
법 전체에 위헌 결정 내려질수도...유예 호소 힘 잃을듯 '막다른길'
시간 더 달라, 중대재해처벌법 지킬 것 약속했던 중소기업계/그래픽=조수아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데 대해 '2년을 추가 유예해달라'고 요구하던 중소기업계가 유예가 연거푸 불발되자 해당 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유예 촉구'와 '헌법소원'을 동시에 한다는 구상이지만, 중대재해법이 헌법에 어긋난다 해놓고 국회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18일 중소기업들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인단을 모집했다. 중기중앙회가 모집에 응한 기업 수는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업종과 지역별로 겹치지 않게 않게 구성해도 최소 200명 규모의 청구인단을 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도 선임을 했다. 심판 청구일은 4월1일로 예고했고, 늦어져도 총선인 10일 전에는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중앙회는 중대재해법 4조의 사업주에게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한 내용이 '명확성의 원칙'에, 6조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에 중대재해로 재판에 기소됐던 한 기업이 같은 논리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가 아예 기각된 사례가 있지만, 중기중앙회는 당시는 지방법원이 기각한 것이고 현 사안은 헌법재판소에 직접 판단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중기중앙회는 중대재해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사업주를 처벌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에 맞게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려면 사업장들이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추가 유예를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14일에 영남권 중소기업들의 결의대회에서 허현도 부산울산지역회장은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지난해 8월에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중소기업계도 같은 마음"이라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달 22일 "사업자 '1년 이상 징역'은 가장 못된 독소조항"이라며 "노동 전문 변호사들과 법무법인들에 문의하니 중대재해법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한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가 헌법소원을 맡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에 따르지 않고, 사고를 예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헌법소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이 유예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헌법소원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중소기업들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판단에 따라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뿐 아니라 법 전체에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어 '중대재해법을 따르겠다', '유예와 함께 추진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총선 후의 임시국회나 차기 국회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회장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이 '중복규제'라고 연거푸 얘기해 왔다. 헌법소원을 예고한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없이 산안법만으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헌법소원으로 중대재해법의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원하는 중소기업계의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경제 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을 2년 유예하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중대재해법은 처벌 위험을 느낀 사업주가 책임 지고 사업장 안전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유예 목소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헌법소원의 결과 일부 조항을 수정이라도 한다면 영세 사업자의 처벌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에 헌법소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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