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잘 되지 않아, 많은 개선 필요"…단호했던 사령탑, '트리플A 시작' 고우석이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이유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빌드업이 잘 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크 쉴트 감독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정규시즌 개막전 맞대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고우석이 26인 로스터에서 빠지게 된 배경을 밝혔다.
고우석은 지난해 겨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신분조회 요청이 반드시 빅리그 구단과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6억원)의 버저비터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KBO리그 통산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전해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남겼던 만큼 고우석은 샌디에이고행이 확정된 직후 미국과 일본 언론들로부터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진 쉴트 감독은 고우석을 마무리로 고려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데뷔전을 가진 고우석은 1이닝 동안 두 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이어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이닝 1실점을 기록했으나,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다시 한번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1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5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겼고, 고우석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우석은 서울행을 앞둔 마지막 등판에서 다시 한번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다행히 서울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31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악몽'이 되풀이 됐다. 고우석은 지난 18일 '친정'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5-2로 앞선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후배 이재원에게 추격의 투런홈런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투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이는 고우석의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경기가 종료된 후 쉴트 감독은 고우석의 서울시리즈 개막전 합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확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20일 발표된 서울시리즈 개막 엔트리에서 고우석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고우석은 스플릿 계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하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쉴트 감독은 20일 개막전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에서 "로스터의 투수들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어려웠다. 고우석이 불펜 투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빌드업이 잘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천천히 시작하게 됐다.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나중에 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우석이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된 이유를 밝혔다.
사령탑은 고우석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줬을까. 그는 "고우석에게 준 메시지는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잘 해주고 있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계속해서 투구에 대한 훈련을 진행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된다면 경기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재원에게 홈런을 맞은 것도 고우석이 개막전 로스터에서 빠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나,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쪽으로 생각을 했던 모양새다. 비록 지금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빌드업을 통해 컨디션이 눈에 띄게 올라온다면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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