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전에 노동자 죽음 책임부터”···영풍 주주총회에 몰려간 환경단체

배시은 기자 2024. 3.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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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0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시민사회단체들이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에서 이어지는 산업재해와 환경오염을 규탄하면 기업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 안동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영풍 73기 주주총회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의 노동자 사망과 환경오염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영풍의 석포제련소에서는 연이어 노동자가 죽어 나가고 (제련소로 인해) 낙동강 상류 생태계와 식수원이 파괴되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피 묻은 돈으로 주주배당금을 어떻게 나눌지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영풍과 주주들은 사회적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석포제련소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영풍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 노동자 4명이 급성 비소중독에 쓰러졌고 이 중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3개월여 만인 지난 8일에는 일용직 노동자 1명이 일을 하다가 숨졌다. 이들은 “숙련된 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들도 목숨을 잃는 위험한 현장에 일용직 노동자를 투입한 것은 고의적인 살인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일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이날 회견에는 안동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정리한 석포제련소의 사망사고 일지도 공개됐다. 이들은 1997년부터 지난 8일까지 석포제련소 또는 그 인근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모두 14명이라고 밝혔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1970년부터 석포제련소는 납·아연·수은·비소 등 중금속으로 식생활 용수를 오염시켜왔고, 제련소에서 나온 아황산가스는 산성비로 이어져 주변 산천의 나무를 전부 죽였다”며 “주민들의 혈중 카드뮴 농도는 국민 전체 평균의 3.47배나 높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영풍이 낙동강 상류에서 행한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기업을 철수할 것을 결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백두대간과 낙동강 상류를 오염시키고 노동자를 죽여 돈을 버는 게 영풍이 말하는 자본주의이고 주주총회의 본질인가”라며 “이런 기업들은 이 땅에 설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영풍 측은 “지난해 벌어진 사망사고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사고가 일어나 안타깝다”며 “최근 일어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후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련소의 환경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정화하는 기술 등을 도입했다”고 했다.


☞ [르포]환피아의 묵인이 만든 낙동강 상류의 '중금속 마을', 경북 석포제련소 가보니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711051811001


☞ 수탈과 오염의 역사 공간, 한국 자생화의 정원으로
     https://m.khan.co.kr/travel/national/article/202106240600015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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