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잡는 '미사일'…빅파마 뛰어든 '방사성 표적항암제' 뭐길래?

홍효진 기자 2024. 3. 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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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RPT(방사성의약품치료제) 시장 규모. /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가 '18조' RPT(방사성의약품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RPT는 방사성물질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제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거론되고 있다. RPT 시장 규모가 2032년까지 136억달러(약 18조원) 이상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영역을 키우며 신약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캐나다의 RPT 개발사 '퓨전 파마슈티컬스'(이하 '퓨전파마')를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RPT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퓨전파마는 방사성동위원소(방사능을 내는 물질·방사성핵종) '악티늄-255'(Ac-255)를 이용해 약물을 개발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PRC)을 대상으로 하는 'FPI-2265'다. 이는 mCPRC에서 과하게 발현되는 단백질인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RPT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결합해 체내에 투여·치료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적 특이성 플랫폼에 실어 종양 등 표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RPT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중 적절한 반감기를 가진 성질의 방사능만 사용된다. 반감기가 너무 길어도 수천~수만년간 몸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용은 7일~한 달, 진단용은 수시간 정도의 반감기를 가진 물질이 쓰인다. ADC의 경우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업계에선 RPT를 통해 치료옵션을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RPT 시장 규모는 2032년 약 136억7000만달러(약 18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RPT 경쟁은 빅파마를 중심으로 과열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스위스의 노바티스다. 노바티스는 2017년 프랑스 제약그룹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39억달러(약 5조원)에, 2018년 미국 제약사 '엔도사이트'를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각각 인수하며 RPT 약물 '루타테라'와 '플루빅토'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플루빅토 매출은 전년 대비 262% 증가한 9억8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달성했다. 일라이릴리도 지난해 10월 '포인트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약 1조8750억원)에 사들였고,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퀴브(BMS) 역시 같은 해 12월 '레이즈바이오'를 41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RPT 진출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선 압타머사이언스, SK바이오팜, 퓨쳐켐 등이 RPT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최근 연세대 의료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방사성핵종 표적전달 플랫폼' 개발 등에 협력 중이다. 해당 플랫폼은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약물을 전달하고 정확한 표적화로 종양을 치료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며, 회사는 압타머의 높은 표적 친화도 등을 통해 RPT 개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차세대 사업 중 하나로 RPT를 강조하고 나선 SK바이오팜은 미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와 협업, 악티늄-225의 아시아 4개국(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퓨쳐켐의 경우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와 진단제 'FC303' 관련 국내 임상 2상과 3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다만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가 짧다는 점은 생산 측면에선 과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감기가 짧다보니 그때그때 수요가 없으면 생산이 어려워 주문생산 방식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상대적으로 긴 반감기를 갖고 있어 의료기관 내에서 필요한 만큼 생산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정성을 최적화하고 제조 공정을 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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