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면 남는 게 없어요”…서울 사는 男女 결혼 더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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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과 물가가 높은 서울에 거주할수록 결혼을 하는 시기가 늦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서울은 결혼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이 비싸 더욱 부담이 크다.
서울에서 강원 원주로 발령이 나면서 주거지를 옮긴 이모씨(38)는 "지방이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집값도 싸지만 밥값, 미용실 비용 등 모든 비용이 훨씬 덜 들어서 비슷한 생활을 하는 데도 더 저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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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균 초혼 연령 남 34.4세, 여 32.4세
전국에서 가장 높아…높은 주거비와 물가가 원인
“월세 내면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돈 모아서 결혼하나요?”
주택 가격과 물가가 높은 서울에 거주할수록 결혼을 하는 시기가 늦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혼에 드는 비용은 점점 커지는 반면 높아진 생활물가로 실질소득은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0일 통계청의 ‘2023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34.4세와 32.4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 초혼 연령인 남자 34세, 여자 31.5세와 견줘 각각 0.4세, 0.9세 높은 수준이다.
서울 다음으로 남자의 초혼 연령이 높은 지역은 부산·제주로 모두 34.3세였다. 이어 ▲전북 34.1세 ▲전남 34세 ▲세종 33.9세 등의 순이었다. 남자 평균 초혼 연령이 가장 낮은 울산·충북(33.4세)과 서울의 차이는 1세였다.
여자의 초혼 연령도 부산이 32세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다음으로 ▲세종 31.8세 ▲제주 31.7세 ▲경남 31.3세 ▲경북 31.1세 등으로 나타났다. 여자 평균 초혼 연령이 가장 낮은 충북·전남(30.8세)과 서울의 격차는 1.6세에 달했다.
서울의 평균 초혼 연령이 높은 대표적인 원인은 ‘높은 주거비’가 꼽힌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을 경우 높은 월세를 감당하거나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5년차 직장인 신모씨(31)는 “서울은 원룸 월세도 70만~8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거의 100만원의 주거비가 필요하다”며 “카드값과 주거비를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없으니 결혼을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은 결혼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이 비싸 더욱 부담이 크다. 신씨는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내 집을 마련해서 결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전세사기 같은 사건도 터지니 결혼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하락도 결혼을 늦추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에서 강원 원주로 발령이 나면서 주거지를 옮긴 이모씨(38)는 “지방이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집값도 싸지만 밥값, 미용실 비용 등 모든 비용이 훨씬 덜 들어서 비슷한 생활을 하는 데도 더 저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컨설팅업체 머서(Mercer)가 실시한 ‘2023년 도시 생활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227개 도시 중 생계비가 16번째로 비싼 도시에 선정됐다. 이는 물가가 비싼 도시로 손꼽히는 일본 도쿄(19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또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전 연령대가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혼수 비용, 주거 마련 등 ‘결혼 자금 부족’(33.7%)을 첫 번째로 꼽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의 초혼 연령이 해마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명확한 인과를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물가나 주거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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