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잃은 ‘류희림 방심위’ 제재는 폭력일 뿐…심의 중단해야”

최성진 기자 2024. 3. 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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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방심위원 김유진·윤성옥 인터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유진(왼쪽) 위원과 윤성옥 위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파행 운영’이라는 말로 ‘류희림 체제’를 설명할 수 없다. ‘위법 운영’이고 ‘폭압 운영’이다.”

임기 종료까지 넉 달여를 남겨둔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김유진, 윤성옥 심의위원은 지난 반 년을 ‘비정상의 연속’이라고 평가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9월께부터 지난 1월까지 야권 위원 5명이 연달아 해촉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리를 여권 위원으로 채워갔다. 압도적 여권 우위의 구도 속에서 방심위는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목 아래 정권 비판 보도를 집중 심의하고 강도 높게 제재하고 있다.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대통령의 ‘선택적 위촉’에서 촉발된 방심위 위법 구성, 비판 언론을 향한 정치·과잉·표적 심의 등 방심위 현안을 두고 야권 추천 김유진, 윤성옥 두 위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다.

윤성옥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유진 위원이 복귀한 뒤에도 후임인 이정옥 위원은 버티고 있다. 대통령 추천 몫의 방심위원이 4명이라 ‘위법 구성’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방심위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윤성옥 “방심위는 김유진 위원이 법원의 해촉처분 집행정지 인용으로 임시 지위를 얻었을 뿐이고, 해촉 당시 절차에 위법성이 없으니 (후임 이정옥 위원 위촉도)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통위법(18조 3항)에 따르면 대통령 몫 위원은 3명이고, 지금 방심위의 대통령 추천 위원은 4명이니 분명한 위법 상황이다.”

-이정옥 위원은 계속 심의·의결에 참여하고 있다. 제재 정당성에 문제는 없나.

김유진 “이정옥 위원뿐 아니라 현재의 방심위가 방송사에 제재를 내릴 수 없다고 본다.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만으로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한데 방심위원장과 방송심의소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재는 그냥 폭력이다. 이대로 방심위가 심의를 계속하면, 나중에 불복한 방송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때 (방심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심의위원을 위촉하고 해촉하는 권한을 지닌 윤석열 대통령 책임은 없나.

윤성옥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방심위 정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포함 9명인데, 지금은 공석(국회의장 몫 2명) 포함 10명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김유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추천 몫인 위원만 위촉하고 국회의장 추천 몫의 위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명분 없이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고,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왜 국회의장 추천 위원은 넉 달 넘게 위촉하지 않는 것인지, 법을 이렇게 선택적으로 집행해도 되는 것인지, 국회에서 따져야 한다.”

이정옥 위원이 지난 1월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위촉을 거부하고 있는 국회의장 몫 추천 후보는 최선영, 황열헌 두 명인데, 황열헌 후보는 위원직을 고사했다. 이후 김진표 국회의장도 새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윤성옥 “대통령의 선택적 위촉으로 합의제 기구로서 방심위의 의미는 형해화되고,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러면 국회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선거 앞두고 방심위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과 가진 국회 비공개 간담회 때도 위촉권·해촉권을 가진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정치 심의’ 비판에 “모든 위원이 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당한 심의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유진 “류희림 위원장과 여권 위원들의 공정한 방송에 대한 개념이 저와 다른 것 같다.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도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에 과징금 징계를 확정하면서 ‘국익’을 기준으로 내세웠다.(김우석 위원은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문화방송에 과징금 의견을 밝히며 ‘엠비시의 행태는 국익과 거리가 있다. 표현의 자유도 국가가 지키는 것이고, 그러려면 외교·안보가 튼튼해야 한다. 방심위가 국익을 도외시할 수 없다”고 했다)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신속하게 벌하는 일’, ‘자신을 추천한 정치 집단에 충성을 다하는 일’이 공정하고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방송심의 기준으로 국익을 제시하는 것은 정당한가.

윤성옥 “일반 국민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심의위원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국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여권 위원들이 말하는 국익은 정부의 이익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정부 비판·감시를 통한 공적 책무 수행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국익을 이유로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거나, 대통령을 망신주지 말라는 주장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2일 미국 순방 행사 중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취재 영상에 포착됐다. 방심위는 해당 보도를 한 방송사 9곳을 심의했고, 이 가운데 문화방송(MBC)에 가장 무거운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화방송 유튜브 갈무리

-다른 한편에선 ‘문화방송 보도가 정말 공정한가’라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다.

윤성옥 “핵심은 그 문제 제기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굉장히 폭압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대로 두면 지금 엠비시가 처한 현실이 언제든 티브이(TV)조선의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정권 교체 뒤 또 특정 채널을 표적 삼아 심의하고 통제하는 일이 가능한 사회로 굳어지는 것이다.”

-현재 방심위의 심의 기조가 앞으로 미디어 시장, 방송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유진 “이미 류희림 체제는 권력 비판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이렇게 됐는데, 앞으로 3년 동안 정권 비판 보도가 가능할지, 걱정이 크다.”

윤성옥 “지금 심의 제도는 통제와 검열이고, 이는 자유로운 사상의 유통을 막고, 창의력을 저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콘텐츠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 방송에선 이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보도가 나오지 않지만, 오티티(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에서는 ‘에스엔엘(SNL) 코리아’가 정치 풍자로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결국 오티티 쪽도 규제하려고 할 텐데, 이는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 산업의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해가고 있다.

김유진 “류 위원장은 본인이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하는데, ‘청부 민원’ 의혹이 아니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자신의 주장만 밝혔을 뿐이다. 청부 민원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해도 비공개 회의로 돌리고, 논의 없이 회의를 종료한 뒤 안건이 폐기됐다고 주장하고, 모든 대응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어떻게든 버티고, 더 열심히 권력 비판 보도를 제재해 충성심을 입증하고 정권의 보호를 받겠다는 심산이라고 본다.”

-류 위원장은 야권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방심위 운영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윤성옥 “역대 방심위 중 이렇게 소수 위원을 폭압적으로 다룬 적이 있었나 싶다. 저와 김유진 위원은 거의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늘 시간에 쫓기면서 말해야 하고, 회의 후반부로 밀리고, 뒤에 가서 논의하려고 하면 위원장이 회의를 종료하고 퇴장해 버린다. 정당한 심의 활동을 침해받고 있다.”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도 여권 위원들이 그런 식으로 퇴장해버렸다.

김유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방심위원들이 격하게 싸웠다. 욕설을 한 경우도 있고 험악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소수 위원의 의견을 묵살한 적은 없었다.”

류희림(왼쪽)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월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선 정연주 위원장 시기에도 신속심의 사례가 있었나.

윤성옥 “심의는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속심의는 예외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신심의의 경우 불법 정보라는 점을 빨리 전달해야 이용자들이 인지하고 유통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방송은 이미 송출된 것을 사후적으로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방송에서 신속심의는 다른 방송사들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 뿐이다.”

김유진 “정연주 위원장 시절에는 코로나19 때 백신 관련 유언비어 확산을 막거나 이태원 참사 때 피해자들 인권을 구제하기 위해서 통신소위에 한해 신속 심의를 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정치적 사안을 신속심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유진(왼쪽) 위원과 윤성옥 위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논란이 커지니 방심위 제도 개혁 논의도 나온다. 언론단체나 학계에서는 여야가 심의위원 추천권을 나눠 갖도록 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성옥 “심의위원을 추천하는 국회와 대통령 모두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다. 대표성이 있는 기관이다. 문제는 추천하는 기관이 아니라 추천되는 사람이다. 방심위를 통해 정계 진출을 노리는 인사가 (방심위원으로) 오기 때문에 정치적인 심의를 하게 된다. 현행 방통위법(19조)에는 당적이 있으면 심의 위원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결격 사항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유진 “어떤 문제든 구조와 주체, 둘 다 문제가 있다. 지금 방심위를 구조의 문제로 환원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 개선을 말하자면 심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적어도 법정제재를 결정할 때는 단순 과반으로 의결할 수 없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 영상. 방심위는 긴급심의를 통해 관련 게시물 22건을 접속 차단했다. 유튜브 갈무리

-방심위 문제가 뜨겁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윤성옥 “사실 ‘청부 민원’ 사건도 중요하지만, 방심위에서 다뤄지는 쟁점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접속을 차단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엠비시는 징계를 받으면 행정소송으로 대응도 할 수 있고, 다른 매체에서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윤석열 풍자 영상’을 올린 국민 개인 입장에서는 갑자기 관련 보도가 나오고, 접속 차단으로 게시물이 사라지고, 경찰이 유알엘(URL)을 추적해서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두렵겠나. 언론의 자유라고 하면 멀게 생각하는데, 나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국민이 방심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유진 “최근 ‘입틀막’ 사건이 잦아지고, 대통령 출근길 1인 시위가 방해받고, 재미 삼아 만든 풍자 영상으로 엄청난 탄압에 직면하는 이런 상황이, 방송사에 대한 과잉 제재, 정치 심의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론사의 비판적인 보도를 통제하면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니, 힘없는 개인까지 탄압받는다. 특히 통신소위나 디지털성범죄소위는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영역을 많이 다룬다. 쟁점도 많고, 이에 관해 토론하는 것이 방심위의 역할인데, 전부 ‘정치 심의’로 빨려 들어가서 진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구조가 됐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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