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불만 속 "2~3년 내 반도체 1위 되찾겠다"는 삼성의 포부
경계현 사장 "올해 반도체 본격 재도약" 선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앞으로 2~3년 안에 반드시 세계 1위의 위치를 되찾겠습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응원과 질타가 공존했다. 지난해 역대급 불황을 겪은 반도체 사업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과 함께, AI(인공지능) 반도체에 적기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사업 못했다" 반성…올해 반등 기대
이날 DS 경영현황 및 2024년 사업 전략 발표에 나선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라며 "올해는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세계 1위'로의 재기를 약속하며 "사업 경쟁력 확보, 기술 리더십 강화, 신사업의 정비, 도전하는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DS를 최고의 기업, 인재가 모이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경 사장의 '1위' 포부에도, 이어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에서는 반도체 사업 관련 불만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한 주주가 반도체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경 사장은 "다운턴 영향도 있고 준비를 못한 것도 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다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사업을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털어놨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열풍에 따라 성장한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후발주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38%다. 상대적으로 시장 진출이 빨랐던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3%로 앞서가고 있으며, 마이크론(9%)이 뒤를 쫓고 있다.
경 사장은 "사업을 잘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올해는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 시장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지난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DS 부문은 작년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연간 적자 규모만 14조8700억원에 달한다.
경 사장은 "올해 1월부터는 적자를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고 올 1분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잘 준비해 내년부터는 훨씬 더 좋은 사업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쟁 심화된 파운드리 시장 "기술로 극복"
이날 주총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가동률 하락으로 적자가 지속돼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율 개선도 늦어지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고, 1위인 대만 TSMC(61.2%)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선단(첨단) 공정에서 4나노급 공정은 현재 성숙 수율 구간에 접어들어 추가 개선을 진행 중"이라며 "이는 최근 고객들이 삼성전자를 선택해 주는 것으로 방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나노 1세대의 경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공급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는 3나노 2세대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2나노를 진행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를 잘 해서 고객이 만족하는 공급이 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현재 고객사 확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고객명을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 중심 선단 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최 사장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인텔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1.4나노 개발은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모두 로드맵상 가지고 있는 계획"이라며 "경쟁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말하기 어렵지만,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CPU뿐 아니라 모바일 AP, SoC, GPU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한 파운드리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인텔은 최근 1.4나노급 공정을 2027년 내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 파운드리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7만전자 탈출할까
7만원대에서 횡보하는 주가도 주주들의 최대 불만 사항이었다. 몇몇 주주가 불만을 쏟아내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응대했다.
이어 "주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반도체 시장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을 확대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당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매년 9조8000억원을 배당하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왔다. 올해부터 향후 3년 동안도 기존 정책을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여러 주주 사이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한 부회장은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라 보유현금이 급감하는 등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고, 지속 성장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 등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이번 정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주주환원 노력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M&A(인수합병) 부재에 대한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한 주주가 "미래 인사이트 갖고 경영에 심혈을 기울여달라"며 M&A와 투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자 이에 동의하는 박수도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주주들이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대규모 M&A는 현재 많은 상황 진척돼 있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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