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 잡힌 155㎞' 프로 14년차에 트레이드 성공 신화 쓰나…"10년 동안 항상 기대받은 투수니까"

김민경 기자 2024. 3.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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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한승혁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한승혁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원래 좋은 선수예요. 한승혁은 늘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으니까 지난 10년 동안 항상 기대받을 수 있었죠."

한화 이글스 우완 한승혁(31)이 프로 데뷔 14년차에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승혁은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시속 150㎞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면서 강속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는데 늘 제구가 말썽이었다. 노력을 하다 하다 구속을 조금 줄이더라도 영점부터 잡기 위해 애를 썼는데, 한승혁의 강점은 사라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이어졌다. KIA에서는 10년 넘게 시행착오만 겪다 결국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트레이드 됐다.

한승혁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7경기, 6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바뀐 환경에서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나 했는데, 정규시즌을 시작하니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1경기에서 3패, 36⅓이닝, 평균자책점 6.44에 그쳤다. 삼진 28개를 잡는 동안 볼넷이 21개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

박승민 한화 투수코치는 한승혁은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투수라고 강조했다. 시속 150㎞대 공을 던질 수 있는 건 분명 재능이었다. 박 코치는 한승혁이 실패한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고 보고, 좋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어 주려 했다.

박 코치는 "원래 좋은 선수다. 한승혁은 늘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으니까 지난 10년 동안 항상 기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복이 조금 심했다. 시범경기나 연습 경기 때는 항상 좋다가 개막하고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시범경기 때 좋은 공을 던지다가 개막하고 나서 공이 조금 안 좋아진다는 것은 사실 우리가 기술적인 문제를 찾기 어렵다. 피칭 거리도 똑같고, 공도 똑같은데 갑자기 나빠진다는 것은 심리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과거의 한승혁을 진단했다.

올해는 다르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투입된 여파일까. 스트라이크존에 안정적으로 최고 구속 155㎞에 이르는 강속구를 꽂아 넣으면서 시범경기 내내 빼어난 성적을 냈다.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1홀드 5⅔이닝, 5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4사구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한승혁이 시범경기 기간 4사구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은 건 프로 14년차인 올해가 처음이다.

▲ 한화 이글스 한승혁 ⓒ 한화 이글스

한승혁은 호투 비결과 관련해 "모르겠다. 일단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커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형들 말로는 구장마다 (ABS의) 일관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각 구장을 다니면서 빨리 한번 경험을 다 해보고 싶다. 일단 볼이 될 만한 공도 스트라이크로 잡아 주다 보면 투수한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투수한테는 ABS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승민 코치님께서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를 하셨다. 계속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이며 박 코치의 조언이 무4사구 호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 코치는 위와 같은 조언을 한 이유를 묻자 "어쨌든 한승혁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이유가 볼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하면 쫓길 수 있다.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 유인구 같은 것을 던지면서, 일부러 볼을 던져서 다시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는 일을 조금 막으려고 했다. 계속 공격적으로 자기가 유리한 상황에 그냥 빨리 승부를 해서 안타를 맞을 수도 있지만, 결과를 빨리 이끌어야 이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계속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한승혁은 19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해 마지막 실전 점검까지 완벽히 해냈다. 6회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0구 무피안타 무4사구 무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선두타자 김인태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박준영을 우익수 파울플라이, 김대한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김인태와 박준영은 각각 공 2개로 승부를 끝냈고, 김대한과는 풀카운트까지 가서 6구째 직구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를 찍었고, 슬라이더 구속도 142㎞로 빨랐다.

올해는 정규시즌에도 시범경기의 좋은 구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한승혁은 "작년과 페이스는 비슷한 것 같은데, 구속은 올해가 조금 더 잘 나오는 것 같긴 하다. 일단 시범경기니까, 정규시즌 들어가서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한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안 좋다고 또 낙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시즌에 맞춰서 계속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밸런스대로 얼마만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다. 어떤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더라도 내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올해 첫 번째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한승혁을 올해 스윙맨으로 쓰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한승혁 공이 좋아서 머리가 아프다. 스윙맨으로 써야 할 것 같다. 불펜 엔트리 9명 가운데 3~4명은 스윙맨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을 넣어야 한다. 한승혁과 김기중, 한승주, 이태양과 같은 선수들이 스윙맨으로 멀티 이닝을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승혁은 지난 13년 동안 한 시즌 온전히 재능을 꽃피운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올해는 긍정적인 변화 속에 프로 14번째 시즌을 맞이한 만큼 대기만성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한승혁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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