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따따블 부추기며 장외주식 매매 유도하는 ‘불법’ 플랫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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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최고가가 46만7500원인 주식을 70만원에 산 이들이 있다.
비상장주식과 기업공개(IPO) 정보를 망라해 놓은 것으로 유명한 웹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엔 비상장주식 매매 게시판이 있다.
인가 없이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자는 자본시장법 제11조(무인가 영업행위 금지)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된다.
IPO 시장 활황으로 비상장주식 거래가 더 활발해지는 만큼 당국의 세심한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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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최고가가 46만7500원인 주식을 70만원에 산 이들이 있다. 장외 시장에서 에이피알을 사들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에이피알이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을 찍을 것이란 막연한 이야기를 믿었다. 대중에게는 ‘김희선 미용기기’로, 증권가에서는 높은 매출 성장률로 기대가 컸던 에이피알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따따블은커녕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27% 상승한 수준에 그쳤다.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 문제는 여전히 비인가 업체가 비상장주식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장주식과 기업공개(IPO) 정보를 망라해 놓은 것으로 유명한 웹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엔 비상장주식 매매 게시판이 있다. 게시판엔 비상장주식을 살 사람과 팔 사람의 핸드폰 번호는 물론, 호가까지 제시돼 있다. 직접 중개는 하지 않을지라도 사실상 판을 깔아준 셈이다.
금융당국은 제도권 밖 비상장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인가받은 플랫폼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전문 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인가 업체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안에 있는 비상장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비상장과 증권플러스비상장, 장외시장인 KOTC 시장이 전부다. 인가 없이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자는 자본시장법 제11조(무인가 영업행위 금지)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된다.
금융당국은 게시판에 비상장주식 정보를 올려둔 것이 ‘중개’로 보기 애매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 자체는 어디까지나 개인과 개인 간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목과 희망 가격, 판매 수량까지 기재됐는데 중개가 아니면 무엇일까. 해당 웹사이트는 비상장주식 매매 요령 중 하나로 ‘대포폰 확인하는 방법’을 기재해 뒀다. 사기 거래가 잦다는 방증이다.
한 번호가 여러 개의 비상장주식을 팔겠다고 올려둔 것을 보면 특정 업체가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인기가 많은 비상장주식의 호가를 높게 올려둬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청약 증거금으로 14조원이 몰리며 투자자들의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가 극에 달했던 에이피알이 대표적인 사례다. 20일 에이피알 주가는 공모가와 엇비슷한 수준인 25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언급한 웹사이트뿐 아니라 온라인 주식 카페, SNS,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 여러 창구를 통해 불법 비상장주식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당국이 모든 건을 감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웹사이트까지 방치하는 건 다른 불법 거래업자들까지 안심하게 하는 신호를 주는 셈이다. 어렵사리 금융당국 인가를 얻어낸 업체들과의 역차별 문제는 덤이다. IPO 시장 활황으로 비상장주식 거래가 더 활발해지는 만큼 당국의 세심한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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