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한 수 접은' 자율주행차? "한국, 지금이 기회"
"쇼는 끝났다." 국내 자율주행차 R&D(연구·개발)를 주도하는 최정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장은 '자율주행차의 현재'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시장의 과열경쟁은 해소됐고 이제는 신뢰도 높은 자율주행기술를 개발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치고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대전 ETRI 본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최 본부장은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 일대에서 진행한 자율주행 시범 영상의 편집을 완료했다며 기자에게 보여줬다.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지난해 11월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반석동-외삼동 일대 약 7.2km에 달하는 구간을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최 본부장은 "외삼동은 대전시에서도 굴다리나 외진 도로 등 자율주행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험지'가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주행은 비교적 쉽지만 이면도로나 시골길, 좁은 교차로, 굴다리·터널 같은 GPS 음영구간은 자율주행차에겐 도전의 영역이다. GPS 음영구간은 견고한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GPS(위성항법시스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간을 말한다.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의 차량은 외삼동 일대의 좁은 도로를 능숙하게 지났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운전석에 연구원이 탑승했지만 회전 구간이나 터널 입성 등 '위기 순간'에도 핸들을 잡지 않았다. 주행영상은 반복 녹화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최 본부장은 "우리 기술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결과"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실제 지난 10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내놓은 '2022년 ICT 기술수준조사 및 기술경쟁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급성장을 이뤘다. 미국, 유럽 등 상위권 국가들을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빠르게 추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자율주행차 시장이 '몰락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약 10년에 걸쳐 자율주행차 '애플카'를 개발해왔던 애플이 지난달 애플차 연구팀을 해산시켰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개발에 착수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출시 계획이 자꾸 지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 최 본부장은 "애플이 장기화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규모를 축소했지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포기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무서운 경쟁상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에 의해 투자자가 우후죽순 몰렸다가 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중국은 정부가 사업자를 지정해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바이두, 포니닷에이아이 같은 중국 자율주행기업을 보면 알 수 있듯 중국의 수준은 매우 높다"며 "실리콘밸리가 사업을 축소했다고 한국도 주춤한다면 결국 몇 년 내 기술 경쟁에서 금방 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TRI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향후 5년 내 국내 지역 곳곳에 자율주행트램·자율주행운송차량 등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신뢰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도전할 예정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대중교통 수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한국형 자율주행시스템'을 구축해야할 시기"라면서 "한국의 자율주행기술은 미국에 비해 2.9년 정도 늦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주춤할 때 빨리 움직인다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한국은 AI(인공지능) 등 원천기술을 산업에 응용하는 데 매우 강하다"며 "5년 내에 제대로 연구한다면 아직까지 최종 승자가 없는 자율주행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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