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폐 위기’ 초록뱀미디어 사외이사 후보 오른 변협회장, 법조계는 ‘갑론을박’
변호사들 고사하자 김영훈 변협회장이 나서
이달 28일 주총서 선임될 듯
원로 법조인 “현직 변협회장 민간기업 사외이사 부적절”
변협 “사익 추구 아니야…소액주주 보호 차원”
김영훈(사법연수원 27기)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초록뱀미디어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법조 3륜(輪·판사, 검사, 변호사)의 한 축인 변협회장이 영리법인 사외이사를 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이달 28일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신규 이사 3명 선임에 대해 논의한다. 경영권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초록뱀미디어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변협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후 변협에 사외이사 후보를 요청했고, 김 회장이 원로 법조인 등 몇몇 변호사에게 사외이사직을 권유했지만 모두 고사하자 직접 나섰다.
1998년 설립된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올인’, ‘불새’, ‘추노’,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시리즈 등을 제작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2021년 9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CB) 콜옵션(매수청구권, call-option)을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에 약 15억원의 손해를 입혔고, 주가 상승으로 24억원어치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거래소는 결국 지난해 7월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영권 매각을 진행 중이다.
초록뱀미디어는 김 회장 추천 사유에 대해 “변호사이자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서 법률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당사의 준법 경영과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회사에 조언, 감시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은 ‘영리법인 이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변협 회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변협회장 시절 지인의 부탁으로 중소기업 사외이사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보통 개인적인 인연이나 부탁이 들어와 사외이사직을 맡는다”라며 “상장회사 아니더라도 준법 경영을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기업들이 사외이사에) 법조인을 넣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변협회장의 권한과 상징성을 고려하면 특정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협회장은 변호사 등록 허가·취소,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설립 인가, 변호사 징계·감독 등의 권한을 가진다. 검찰인사위·법관인사위·검사징계위·검사적격심사위 등 법조계 주요 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린다. 대법관·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상설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 자격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다른 전문직 협회에서는 유사 권한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김현 제49대 변협회장은 당선 직후 약 10년간 맡았던 한진중공업 사외이사직을 그만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변협회장은 사심을 버리고 직역 권익을 수호해야 자리”라며 “상징성이 있는 만큼 중립성을 요구하고,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더라도 변협회장이 되면 그만두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협회장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변협회장은 사외이사를 맡지 않는다는 명예로운 전통이 어느 순간 깨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 봉사가 아니라면 영리법인 사외이사를 현직 변협회장이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변협이나 지방회장이 사외이사에 선임돼 비난받은 사례도 있다”며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으면 법에 어긋나는 게 보이더라도 바른 소리를 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향후 매각 절차 중 매수자가 잘못하거나 마찰이 생기면 이를 바로 잡고 중재해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로 나선 것”이라며 “다른 기업 사외이사처럼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해 보수를 받는 게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 놓인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로서 보수를 받냐는 질문에는 “변호사가 보수를 안 받고 일하는 게 더 큰 문제고 관련해서 정해진 것도 없다”라며 “협회 내부에서나 법조계에서 시선과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소액주주 보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는 “김 회장이 2014년 변협 사무총장 시절 세월호 참사 변협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유족과 정부를 중재한 적도 있는 ‘중재 전문가’라 직접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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