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픽] "15년 전 책값 갚습니다"…1백만 원 두고 사라진 손님

고등학생 시절 서점에서 책과 학용품을 훔친 30대가 뒤늦게 현금 100만 원을 건네고 사라진 사연이 전해져 화제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한 고객이 카운터에 별다른 설명 없이 봉투를 내밀고 사라졌고, 직원들은 분실물로 생각해 이를 보관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찾는 이가 없었고, 최근 봉투를 열었더니 현금 100만 원과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를 쓴 A 씨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15년 전 자신이 저지른 일을 고백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 씨는 여러 차례 책과 학용품을 훔쳤고, 결국 직원에게 발각돼 아버지가 대신 책값을 물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던 A 씨는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것들이 기억나 가족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웠다면서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적었습니다.

또 자신도 신세 졌던 만큼 돕고, 베풀고, 용서하며 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를 보고받은 교보문고 이사진은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높이 산 교보문고는 고객의 돈에 백만 원을 더한 2백만 원을 아동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성 : 김도균, 편집 : 소지혜, 화면제공 : 교보문고,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