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 폐지에 업종 떠나는 美 부동산 중개사들
미국에서 부동산 매매시 당연시되던 중개 수수료 관행이 소비자단체의 소송으로 송두리째 뒤바뀌게 됐다. 새로 결정될 수수료 정책이 어떤 방식이 될 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수수료 감소와 고객 유치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전망은 확실시 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매체들에 따르면 30년 이상 이어져 온 주택 매매 관행이 변화하게 되면서 미국 부동산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월가의 투자금융사인 TD코웬인사이츠는 이번 조처로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지금보다 25~5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미 인력이 포화상태인 중개사업계에서 수입원 파이가 줄어들다보니 폐업 후 아예 다른 업종을 고민하는 중개사들도 적지 않다.
◇30년 유지되던 6%대 수수료, 이제 무한경쟁 체제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7일 매수자의 중개 수수료를 부당하게 높게 책정했다는 소비자단체의 소송에서 4억1800만달러의 합의금과 함께 현행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택 매도자가 매물을 등록할 때 매수인 측 중개 수수료를 사전 고지하고, 이를 매도자가 부담하는 업계 관행도 폐지한다. NAR은 관행대신 협상이 가능한 새로운 중개수수료 원칙을 만들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주택 매매시 주택 매도자가 매수인의 중개 수수료까지 감당해왔다. 추가 수수료는 통상 주택 가격의 약 3%. 이렇다 보니 주택 판매자는 전체 매도 과정에서 주택 매매가격의 6%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모두 독박으로 감당해야 했고, 이를 감안해 주택 매매가도 높아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이번 소송 합의가 연방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오는 7월부터 주택 판매자의 6% 중개 수수료 부담 관행은 사라지게 된다.
새로 규정될 중개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정해져 온 수수료를 따라야 했던 이전과 달리, 협상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제나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시급제가 등장하거나,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는 메뉴형 중개 수수료 산출 방식도 도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택 매도자는 자신의 중개사와 협의를 통해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고, 주택 구매자 측 중개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특히 매도자가 여러 중개사들을 만나 협상하면서 중개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생겨날 수 있다. 주택 매수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중개사와 수수료 지급 여부에 대한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스티븐 셸던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부동산 업계의 변화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수수료 정책 수정에 분명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주택 거래 시장의 전반적인 수수료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WSJ 또한 “이번 기념비적인 합의로 미국 주택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 체계가 뒤바뀔 것”이라고 썼다.
◇팬데믹에 대폭 늘어난 중개사, 수익 악화 전망에 감소 예정
WSJ 조사에 따르면 이번 소식을 접한 중개사들은 세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사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거나, 현재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수수료 모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로 더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개사들은 업계를 떠나 새로운 일을 찾기도 한다. 워싱턴DC에서 일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사 프랭클린 살라스는 “닭처럼 뛰어다니며 구매자를 찾아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굽신거리느니, 주택을 개조하고 개발하는 등 완전히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특히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부동산 중개업계는 유례없이 회원이 늘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당하고, 유동자금이 많아진 시장에서 주택가격이 치솟자 실업자들이 호황을 맞은 부동산업계를 찾은 것이다. NAR의 회원수는 금융 위기를 거친 직후 2012년 기준 100만명이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기준 150만명을 넘어섰다.
2021년 초 부터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는 판매할 주택보다 부동산 중개사가 더 많아진 상태라 수익창출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주택 판매는 더욱 위축되었고, 많은 중개사들의 생계가 어려운 수준에 달했는데 이번 수수료 관행 변화로 전직을 생각하는 중개사들이 대폭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미국 내 부동산 중개사의 수도 수수료와 함께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서도 중개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스턴의 한 부동산중개사 대표는 “그간 매도자가 주택 매수자의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온 것은 매수자의 중개사가 주택 판매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중개사가 대리해주지 않는 구매자를 상대하는 것은 무경험자에겐 특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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