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월경자 추방권한’ 몇 시간 만에 다시 정지됐다

이본영 기자 2024. 3. 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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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에 휩싸인 미국 텍사스주 월경자 단속법의 집행정지를 놓고 각급 법원에서 단 몇 시간 만에 결정이 뒤집히고, 20일 만에 몇 차례나 오락가락하는 판단이 나오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은 19일 밤늦게 주 정부 차원의 무단 월경자 체포와 추방을 가능하게 한 텍사스주 법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이 다시 집행정지를 결정해 희비가 또 엇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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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판단 몇 시간 뒤…혼란의 미국 법원
미국 텍사스주 경찰 차량들이 19일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인 엘패소에 배치돼 있다. 엘패스/로이터 연합뉴스

위헌 논란에 휩싸인 미국 텍사스주 월경자 단속법의 집행정지를 놓고 각급 법원에서 단 몇 시간 만에 결정이 뒤집히고, 20일 만에 몇 차례나 오락가락하는 판단이 나오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은 19일 밤늦게 주 정부 차원의 무단 월경자 체포와 추방을 가능하게 한 텍사스주 법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불과 몇 시간 전 연방대법원이 집행을 정지시켜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비상 상소를 기각하는 바람에 되살아난 법의 효력을 다시 정지시킨 것이다.

연방대법원 결정을 항소법원이 바로 뒤집은 듯한 장면을 연출한 혼란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하는 텍사스 주정부가 주도한 법에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은 연방정부가 독점해온 월경자 체포와 추방에 대한 권한을 텍사스주도 갖도록 했다. 외국인 통제는 연방정부의 배타적 권한이라는 150년 전 판례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대선을 앞두고 텍사스주와 맞닿은 멕시코 국경을 통한 월경자 급증이 바이든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가운데 텍사스주가 강수를 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즉결 절차에 따른 추방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 준수를 위해 난민 지위를 주장하는 월경자는 일단 풀어주고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추방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텍사스주 법에는 이런 내용도 없다.

텍사스주 관할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이 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본안 사건 판단 전에 시행할 수 없도록 일단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틀 뒤 상급 법원인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은 연방대법원이 이달 10일까지 판단하지 않으면 집행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에 비상 상소를 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행정지를 연장했다.

바로 전날에도 집행정지를 연장했던 연방대법원은 19일 비상 상소를 기각해 문제의 법의 효력을 되살렸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모두 기각 편에 섰다. 이에 반대한 진보 성향 대법관 3명 중 하나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기각 결정은 “혼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대법원 결정에 “우리는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멕시코 외무부는 텍사스 주법을 근거로 한 추방자는 받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이때만 해도 “긍정적 흐름”이라는 반응을 보인 애벗 주지사가 승자, 바이든 대통령이 패자로 보였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이 다시 집행정지를 결정해 희비가 또 엇갈린 것이다.

법원 결정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뀐 데는 국경 문제를 둘러싼 진보-보수의 첨예한 대립과 사법 절차에 대한 이견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색이 짙다는 평을 듣는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이달 2일과 20일에 상반된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서로 다르다.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이 애초 통상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도 한몫했다. 연방대법원은 판단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다수의견 편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연방대법원은 항소법원 판단을 검토하지도 않았다며, 항소법원이 집행정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어느 때까지 연방대법원이 결정하지 않으면 집행정지가 풀린다’는 식으로 일을 자신들에게 떠넘겼다는 불만의 표시로 들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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