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논란’에 K-스트리트 ‘후끈’[김유진의 워싱턴리포트]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문제가 워싱턴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백악관 지시로 미 재무부가 국가안보·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깐깐한 심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법무부는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검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직접 성명을 내고 “US스틸은 미국 국내에서 소유·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저 없이 글로벌 핵심 동맹국으로 꼽는 일본 기업에 대해 미 행정부가 ‘견제’로까지 비치는 행보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1901년 설립된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이 ‘닛폰스틸’(일본제철의 영문명)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된 데 따른 충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은 ‘11월 미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으로 수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조 인수 반대하자 백악관,
“동맹국 기업도 안보 영향 면밀 조사”
일본제철이 149억 달러(약 19조6000억원)에 US스틸을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로는 철강 관세와 탈탄소 규제 등 무역 장벽을 뚫기 위해 미국 시장 직접 공략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으나 추락세가 완연했던 미국 3위, 세계 27위인 US스틸로서는 회사 매각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곧바로 전미철강노조(USW)가 사측이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레이얼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가까운 동맹국 기업이라도 국가안보와 공급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 건을 맡게 됐다. 인수 발표 4일 만에 정밀 조사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끔찍한 이야기”
바이든 “미국 회사로 남아야”
미 대선이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구도로 확정되면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대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경합주이다. 2016년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0.72%포인트 차로,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1.17%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긴 곳이다. 두 후보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노조원 수 120만명인 철강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인수 결정은 미국과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사전 조율이 된 사안인데, 대선 일정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트럼프가 공세적으로 나가니 바이든도 수위를 낮춰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교통산업 노조 팀스터스와 만난 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거래에 대해 “끔찍한 이야기”라며 “재선되면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다음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미를 코앞에 두고 발표됐다.
이 와중에 지난해 인수를 시도했다가 경쟁에서 밀려난 미국 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노조 지지를 발판으로 인수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미국 재계 일각과 보수 단체들은 바이든 정부가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미 상공회의소 존 머피 국제 담당 선임부회장은 성명에서 “정부는 미국의 정치가 미국 일자리를 만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불안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며 “국가안보 우려가 없는 한 (인수는)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전까지 인수 승인 확정 안 날 가능성
현지에서는 11월5일 대선 전까지는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경합주 승리의 열쇠를 쥔 노조의 여론을 거스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선 ‘로비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지난해 말부터 워싱턴 로비의 중심가인 ‘K스트리트’의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제철 임원들은 워싱턴과 피츠버그를 오가고 있고, 주미 일본대사관 등 일본 정부 인사들도 물밑과 수면 위를 가리지 않고 미 의회 등의 동향 파악에 분주하다.
이에 맞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도 민주·공화 의원들을 두루 접촉해 노조의 우려를 전달하는 “게릴라 로비 캠페인”(월스트리트저널)을 전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US스틸의 최대 주주는 헤지펀드 블랙록 자산운용사로 같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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