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떠돌던 야구단 매각 소문, NC는 왜 "안판다"고 했을까[SC 이슈분석]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얼마전부터 야구 업계에 소문이 돌았다. NC소프트가 야구단 NC 다이노스를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설득력이 있어보이는 소문이었다.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NC소프트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고난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NC소프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연매출(1조7798억원)과 영업이익(1373억원)이 각각 31%, 75% 줄어들었다. 공전의 히트작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은데다 최근 발표한 신작들이 잇따라 고전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모기업의 실적 저하는 야구단을 향한 화살로 돌아왔다.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 특성상, 야구단은 '돈 먹는 하마'로 비치기 일쑤다.
프로 야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 운영비로만 약 300~4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야구단도 중계권 수익, 티켓 판매, 마케팅 효과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는 있지만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대부분 모기업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화끈한 투자'를 해왔던 NC 다이노스도 지난해부터는 대형 FA 영입 등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외부 지출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허리띠도 졸라매고 있는 모양새다.
NC 야구단이 내부 살림 단속을 이전보다 더 꼼꼼히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당분간 필수불가결한 지출 외에는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NC소프트 주주들이 야구단 존재에 대해 계속해서 못마땅한 목소리를 내고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더욱 움츠러드는 상황이었다.
'매각설'과 관련한 다채로운 소문이 돌고있던 와중에, 박병무 NC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로부터 NC다이노스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박병무 내정자는 20일 열린 'NC소프트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야구단 운영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일부 주주들이 야구단 운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도 "야구단은 신규 게임 마케팅, 우수 인재 확보,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시너지 등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매각보다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매각하지 않겠다는 현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향후 여지는 남겼다. "주주들이 계속해서 우려를 표명하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을 수시로 체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구단 운영 효과를 감안했을 때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비용 효율적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쉽게 정리하면 '야구단 안 팔기로 했지만 경제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메시지다.
NC 야구단은 2011년 3월 창단해 2012시즌부터 KBO리그에 입성한 신생 구단 중 하나다.
이전까지 8구단 체제였던 KBO리그는 야심차게 탄생한 NC 다이노스의 존재로 9구단 체제가 될 수 있었고, 이후 KT 위즈가 창단하며 현재의 10구단 체제가 완성됐다. 경상남도 창원시를 연고로 한 NC는 창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모기업의 투자와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앞세워 리그에 파란을 일으켰다. 2020년에는 양의지 영입 효과와 주축 선수들의 커리어 하이 등이 겹치면서 창단 후 처음 정규 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통합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강인권 감독 체제의 본격적 시작인 지난해에도 NC는 정규 시즌을 4위로 마치고, 포스트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도 강인권 감독의 리더십과 강한 타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소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리그 성적과 구단 운영은 별개의 문제다.
NC 야구단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오며 '자생력'을 최고 중점 키워드로 꼽았다.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이사는 20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생력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노력을 많이 해왔고, 지난해부터는 뚜렷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야구단 창단 이후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손익 수치도 25%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창원 야구열기는 심상치 않다. NC는 적극적 마케팅 노력 속에 오는 23일 홈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024 정규 시즌 개막전 1만7901석이 완전 매진된 상태다. 예매 오픈 이후 45분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중 흥행력에도 직격탄을 맞았던 NC지만, 지난해 9월 홈 경기 매진을 시작으로 10월, 포스트시즌 2차례 그리고 새 시즌 개막전부터 매진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기업 차원에서도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야구단 창단의 가장 직접적인 주체였던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여전히 변함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김택진 구단주는 꾸준히 야구단과도 소통하고, 조용히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는 등 야구단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NC의 야구단 매각설은 결국 소문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숙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이제 구단이 내건 자생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10개 구단 모두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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