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우석을 서울시리즈에 못 본다니... 대체 왜 韓 동행까지 해놓고, 사령탑은 결국 로스터 제외 결단을 내렸나 [고척 현장]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일(한국시간)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치른다.
한국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샌디에이고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고우석의 활약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서울시리즈에 선수단 31명과 동행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최종 엔트리에 26명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서울에 함께 왔다고 하더라도 5명을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한 김하성을 비롯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다르비슈 유 같은 특급 스타들은 당연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끝내 최종 엔트리에서 고우석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20일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오전에 26인의 최종 개막 엔트리를 발표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고우석과 포수 브렛 설리반이 트리플A 엘파소 팀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딜런 시즈와 페드로 아빌라, 맷 월드론도 이번 서울시리즈에서는 출전하기 않기에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고우석은 안타깝게도 마이너리거로 2024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포함해 투수 13명과 포수 2명, 내야수 7명, 외야수 4명으로 개막 엔트리를 꾸렸다. 마쓰이 유키와 로베르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 등 고우석과 마무리 경쟁을 펼쳤던 투수도 모두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그래도 미국에서 서울까지 동행했기에, 최종 엔트리 합류 전망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김하성과 고우석이 나온다면 한국 팬들을 위한 결단이 될 수도 있었다. 더욱이 2연전이었기에, 1,2선발이 아닌 3~5선발 자리가 비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는 냉정했다. 그리고 샌디에이고 구단과 마이크 쉴트 감독 역시 최종 결단을 내렸다.
사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치른 시범경기와 이번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전날(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G 트윈스와 스페셜 매치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김현종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 고우석을 상대로 투런포를 치며 점수는 5-4, 한 점 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손호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린 고우석. 다음 타자는 구본혁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사령탑인 마이크 쉴트 샌다에이고 감독도 아쉬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우석 본인 역시 잘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우석은 (피홈런을 허용한 뒤) 좋은 모습과 함께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세이브를 기록한 건 좋은 뉴스였다"고 이야기했다. 쉴트 감독은 "시리즈를 앞둔 시점에 선수들을 평가한 뒤 로스터를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고우석은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고우석은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당시 고우석은 "(오)지환이 형이 연락 와서 헛스윙 3개 할 테니까 그냥 가운데 던지라고 농담을 했다"고 미소 지은 뒤 "아까 용산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내게 샌디에이고 팬이 아니라 LG팬이라고 했다. 그 말에 한 번 더 자부심이 생겼고 스스로도 (전 LG 선수로서) 책임감이 생겼다. 멋진 거랑 잘하는 거랑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젠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LG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고우석은 당시 루벤 니에블라 샌디에이고 투수코치와 약 15분가량 더그아웃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고우석은 "오늘 스케줄과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KBO리그 공인구의 차이 그리고 내일17일 만나는 LG 타자와 대표팀 타자들을 분석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니에블라 코치가 내게 LG를 이렇게 분석해 봤는데 확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나도 (LG 타자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적혀 있어서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어봤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은 "한국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에 엔트리가 나온다고 해서 통역 형과 함께 긴장하면서 감독실에 들어갔다. 26인 엔트리인 줄 알았는데 31인 엔트리였다"면서 ""감독님이 '축하한다. 한국은 같이 가자'는 말을 하셔서 좋았다. 이제 (최종 엔트리까지) 하나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어떻게든 한국은 가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한국에 왔으니 26인 엔트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고우석은 지난 4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서는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고우석은 7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뒤 선두타자 조니 파멜로에게 우익수 방면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맷 셰플러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콜 영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첫 실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고우석은 타일러 로클레어를 루킹 삼진, 마이클 아로요를 우익수 뜬공, 라자로 몬테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분명 실점하면서 크게 흔들릴 법도 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좋았다.
그리고 사흘 만인 지난 7일 고우석은 신시내티 레즈와 시범경기에서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우석은 팀이 2-6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스펜서 스티어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에르난 페레즈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2루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페레즈는 지난 2021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에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그해 시즌을 마칠 때까지 활약한 바 있다.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은 고우석. 그렇지만 고우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후속 P.J. 히긴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히긴스와 대결하는 과정에서는 2루 주자였던 페레즈가 3루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더욱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고우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일러 스티븐슨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하지만 나흘 만인 지난 11일 그의 네 번째 등판이 그야말로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고우석은 애리조나주 탬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 등판,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선두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평소와 같은 수비 전형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로 보였다. 그렇지만 샌디에이고 우익수 팀 로카스가 중앙 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펼친 가운데, 전력으로 뛰어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타격 직후 고개를 숙이며 아웃을 직감했던 트라웃은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지자 2루를 돌아 지체없이 3루까지 질주했다. 어쩌면 불운으로 출발하면서 모든 게 꼬였을지도 모른다.
고우석은 계속해서 위기를 허용했다. 리반 소토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애런 힉스에게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나오면서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거짓말 같은 난타가 시작됐다. 테일러 워드마저 고우석의 속구를 좌중간 외야로 날리며 1타점을 추가했고, 급기야 브랜든 드루리에게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고우석의 속구가 또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고, 드루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로건 오홉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잭 네토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샌디에이고 우익수 로카스트로가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네토는 2루에 안착했다. 결국 고우석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션 레이놀즈가 그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다행히 레이놀즈가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면서 고우석의 자책점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산뜻한 출발을 한 고우석은 후속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를 상대했다. 고우석은 이번에도 속구가 아닌 87마일(약 140km) 커터를 뿌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앞서 난타를 당했을 때 속구 일변도로 볼 배합을 가져간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2구째. 몸쪽으로 뿌린 90마일 (약 144.8km) 빠른 볼에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의 배트가 나왔고,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로 연결됐다. 2아웃. 다음 타자는 터커 반하트. 고우석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침착한 와인드업 자세 이후 초구는 바깥쪽 높은 볼을 던졌다. 이어 2구째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뿌리며 반하트의 배트를 유도했고, 타구는 역시 3루수 글러브로 들어갔다. 고우석이 깔끔하게 퍼펙트 투구로 1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진 순간이었다. 고우석의 이날 총 투구수는 9개. 그 중 스트라이크는 6개, 볼은 3개였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은 12.46. 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피안타(1피홈런) 6실점(6자책) 2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0.36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2.31의 성적을 올렸다. 결국 안타깝게도 시범경기 성적이 발목을 잡으면서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
한편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 LG 트윈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한국 무대에서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사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어느 정도 미리 교감을 나눈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1월 초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인 것이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또 과거 일본 등에 진출한 선수가 '힘이 있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한 게 생각난다. 저는 그 정도 급도 아니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또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보다 세부적인 옵션 계약 내용도 공개됐다. AP통신은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최대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우석이 3년 동안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받는 보장 연봉은 700만 달러이며, 보너스 총액은 240만 달러(약 31억 4000만원)다. 고우석이 2024시즌 70경기에 등판할 경우,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에는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에 각각 등판할 때마다 10만달러씩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울러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한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다. 만약 고우석이 2024시즌과 2025시즌, 클로저로 15경기와 25경기, 35경기, 45경기에 각각 출전한다면 12만 5000달러씩 추가로 받는다. 이 금액은 다음 시즌 연봉에 더해질 예정이다.
- 우완 투수(9명) : 조니 브리토, 다르빗슈 유, 에녤 데 로스 산토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마이클 킹, 스티븐 콜렉, 조 머스그로브, 로베르트 수아레스, 랜디 바스케스
- 좌완 투수(4명) : 톰 코스그로브, 마쓰이 유키, 아드리안 모레혼, 완디 페랄타
- 포수(2명) : 루이스 캄푸사노, 카일 히가시오카
- 내야수(7명) : 잰더 보가츠, 제이크 크로넨워스, 김하성, 매니 마차도, 그레이엄 폴리, 에구이 로사리오, 타일러 웨이드
- 외야수(4명) : 호세 아소카르, 잭슨 메릴, 주릭슨 프로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고척=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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