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네' 고주원 "강동원 넘기엔 부족했던 20대, 마흔 넘어 여유를 찾았죠"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고주원이 25년 차 배우로서 소신과 포부를 전했다.
최근 마이데일리는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KBS 2TV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성황리에 마친 고주원을 만났다.
모델 출신 배우인 고주원은 이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니던 20대 초, 버스에서 우연히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강동원, 조성윤, 여욱환 선배 등 남자 모델들로 구성된 유명한 에이전시였어요. 말도 안 되는 기회로 좋은 무대, 좋은 잡지와 작업을 했죠. 근데 모델치고 키가 작은 편이었고, 너무 잘나가는 남자 모델들을 넘어서기엔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2년간 모델 생활 끝에 배우로 전향하게 됐죠."
고주원은 "그땐 일이 재밌다는 느낌은 없었다.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되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쉬고 싶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면서 "지금은 일이 행복하다. 이 나이대 배우들이 그런 걸 느끼는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를 봐도 마흔 넘어 인생의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가 많더라. 젊었을 땐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과 이 위치를 뺏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에너지를 소모했던 것 같다. 지금은 오롯이 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경험이 있는 만큼 여유를 갖고 외적인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 여유가 행복하다"고 깊어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효심이네' 합류 이전 약 4년간의 공백기가 있었기에 지금이 더욱 소중할지도 모른다. 고주원은 "그렇게 오랫동안 쉬게 될지 몰랐다"면서 "안 불러주니 공백기가 생겼던 것 같다. 불러주셨음에도 다른 것들이 안 맞아서 작품을 못 한 경우도 있었다. 다시 현장에 못 가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고,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때쯤 '효심이네'를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배우들의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비단 배우들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중년 정도 돼서 업계를 바라보면 점점 내 위의 사람은 사라지고, 나 또한 사라짐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죠. 작품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맞고, 경험해 보니 시장 자체도 달라지긴 했더라고요. 단편적으로 드라마, 영화에 캐스팅되냐 안 되냐만 놓고 따지자면 훨씬 경쟁이 치열해졌죠. 하지만 배우들이 움직일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는 오히려 다양해졌어요. 이 변화된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적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기겠죠. 나이에 순응하다 보면 트렌드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잖아요. 회사와 대화하면서 늘 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도전하고픈 장르로는 '국화꽃 향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멜로를 꼽았다.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 같은 극악무도한 캐릭터, 드라마 '소년시대'의 임시완 같은 유쾌한 캐릭터도 탐난다고 말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해 강형욱 훈련사에게 솔루션을 받고 싶다며 "반려견을 너무 좋아한다. 침대에서 같이 생활하는데 얘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잔다. 강아지 침대를 사줬는데 쳐다도 안 본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끝으로 고주원은 40대 배우로서 욕심을 전했다.
"좋은 작품과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길 바라요. 고주원이라는 배우는 화제성과 파급력을 끌고 다니기보다 편안하고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에게 살아있는 캐릭터로 다가가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로서 자주 찾아뵐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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