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공고해지는 ‘리들 효과’[조은아의 유로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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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만나는 학부모들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한다.
파리지앵들도 그만큼 할인 마트 리들을 많이 찾는다.
프랑스계 카르푸, 프랑프리에서 100유로(약 14만 원)가량에 살 식재료를 독일계 할인 마트 리들에선 50~60유로에 살 수 있기 때문.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통 프렌차이즈 세인즈베리는 리들과 비슷한 할인 마트 알디를 의식해 '알디 가격에 맞추기' 캠페인까지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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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이 집에서 가까워요? 좋겠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는 학부모들과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한다. 파리지앵들도 그만큼 할인 마트 리들을 많이 찾는다. 프랑스계 카르푸, 프랑프리에서 100유로(약 14만 원)가량에 살 식재료를 독일계 할인 마트 리들에선 50~60유로에 살 수 있기 때문.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주부들 사이엔 리들이 가까운 ‘리들세권’이 선호되는 분위기다.
이에 기존 대형마트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영국에선 대중적인 마트 테스코가 최근 회원 카드에 리들처럼 파란 바탕에 노란 원을 그린 로고를 썼다가 파장이 일었다. 테스코는 흔히 쓸 수 있는 색상과 디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리들은 로고가 도용됐다고 봤다. 테스코가 값싼 할인 마트란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얘기다. 결국 테스코가 소송에 패하며 회원 카드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 됐다.
● 콧대 높던 파리에 매장 확장
리들은 2022년 매출액이 1150억 유로(약 167조 원)에 달하는 유럽 최대 유통기업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 처음 문을 연 뒤 꾸준히 성장하며 고품질에 저렴한 제품을 판다는 평판을 쌓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물가가 심각해지며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2022년 초반 6.2%였지만 약 1년 만에 7.6%로 성장했다. 자국 유통기업 위상이 워낙 확고했던 프랑스에서도 리들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8%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통 프렌차이즈 세인즈베리는 리들과 비슷한 할인 마트 알디를 의식해 ‘알디 가격에 맞추기’ 캠페인까지 내걸었다.
‘미식의 나라’로 식재료에 민감해 할인 마트가 크게 주목을 못 받았던 파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 매체 카피탈은 지난해 9월 “모노프리, 프랑프리, 카르푸 등 전통 프랑스 유통기업들이 고객을 잃는 동안 리들은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리에서조차 할인 매장 소비가 늘자 리들은 12구의 매장을 확장해 파리 최대 리들 매장을 만들 방침이다.
상품 진열 방식이나 상품의 품질도 고급화했다. 르파리지앵은 “고객들은 리들이 더 이상 과거의 리들이 아니라고 한다”며 “선반이 잘 정돈돼 있고 과일과 야채가 다양하게 팔린다”고 소개했다.
● ‘저가 출혈 경쟁’으로 순이익은 감소
기술 전문 매체 미디엄에 따르면 리들이 성장하는 비결로는 비용 절감 노력이 꼽힌다. 우선 물류망을 효율화하고 운영을 간소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려 노력했다. 제품은 다양하게 공급하기 보다는 필수적인 품목을 양질로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인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셈이다.
매장도 효율적으로 배치하려고 애썼다. 여러 차선으로 인파를 분산해 소비자들이 빠르게 진입해 빠르게 나올 수 있게 구성한다. 선반마다 라벨도 가격과 할인 정도가 눈에 잘 띄도록 부착했다.
자체 상표를 단 제품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리들이 식품, 가정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자체 상표를 운영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붙잡으려 ‘저가 경쟁’을 벌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리들은 2023년 연간 성장률이 22.6%였지만 순이익률은 2%로 전년(3.5%)에 비해 떨어졌다. 이 때문에 리들은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엔 자체적으로 아이스크림, 빵 반죽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유통 컨테이너 선박과 재활용 업체까지 굴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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