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010’ 번호 바꿔 54억 가로챈 다국적 보이스피싱 일당 적발

20일 서울 동부지검에서 적발한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의 압수품. 연합뉴스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조직과 공모해 국내 070 전화번호를 010으로 변작하는 중계기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을 가로챈 일당 20여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중국·태국·남아공 등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운영조직을 적발해, 관리책과 간부급 인사 등 21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변작중계기는 여러 유심칩을 장착해 휴대전화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로 해외에서 온 전화를 국내에서 온 것처럼 바꿀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이 중국인 총책인 일명 ‘골드’가 중국 옌지(연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한 뒤 수당지급책,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170명으로부터 약 54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초반엔 재중동포(조선족)를 조직원으로 모집하다가 여의치 않자 소셜미디어(SNS)에 영어, 태국어 등으로 ‘숙소 제공’, ‘고액 수당’ 같은 문구를 써 조직원을 모집했다. 이후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조직에 합류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직원들이 가담 기간에 따라 매주 50만~10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일반 원룸으로 위장돼 있던 중계소 11곳, 부품보관소 4곳 등을 적발하고,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1694대(784회선), 휴대전화 유심 8083개, 휴대폰 443대, 피시(PC) 121대, 공유기 193대 등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중계소는 주로 서울 신림동 등에 밀집해 있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총책과 간부급 조직원들의 신원을 특정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이들을 추적 중이다. 김수민 합수단장은 “앞으로도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을 엄단하고 해외 거점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중계기, 대포유심, 대포통장 운영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범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신종 수법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