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표준연 원장 "양자컴 기술 아직 '에니악' 수준…30년 후 혁신 기대"

윤현성 기자 2024. 3. 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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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양자·전력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중심으로 조직 개편
"실사용 양자컴은 100만 큐비트급 돼야…연결성 문제 해결 초점"
[서울=뉴시스]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연구원이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KRISS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현재 저희가 만들고 있는 양자컴퓨터는 1950년대 에니악(ENIAC) 수준입니다. 엄청나게 거대했던 에니악이 지금의 PC와 비슷한 크기가 되는 것은 1980년대 애플의 혁신이 나오기까지 약 30년이 걸렸습니다. 양자컴퓨터도 30년 정도 열심히 개발해가다 보면 애플과 같은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은 20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양자기술 및 정책 연구 사업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KRISS는 최근 12대 국가전략기술 허브 역할 수행을 위해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자기술연구소가 확대 개편되고, 전략기술연구소도 신설했다.

당초 30여명 규모였던 양자기술연구소는 원장 직속의 초전도 양자컴퓨팅 연구단을 비롯해 70명 이상의 조직으로 꾸려졌다. 전략기술연구소는 기존에 KRISS에서 진행하던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소규모 조직들을 한데 모은 형태로 구성됐다.

개편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조직도. (사진=KRIS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원장은 이렇게 개편된 조직을 기반으로 양자기술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양자 분야 연구역량 향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차세대 양자기술 분야 주도권 선점과 양자산업 촉발을 위한 멀티 플랫폼 분산형 양자 시스템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KRISS를 비롯한 다양한 출연연들은 초전도, 광자, 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향후 중첩과 얽힘 같은 양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이같은 다양한 방식의 양자 컴퓨터를 양자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직 전 세계에서 이 연결 기술을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 만큼 양자컴퓨터간 연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또한 KRISS는 2029년까지 총 244억원 규모의 국방양자컴퓨팅&센싱 기술 특화 연구센터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실환경 양자채널을 통한 양자 사이버보안 프로토콜을 구현하는 등 양자 네트워킹 기술을 고도화하고, 고전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4대 플랫폼 양자 센싱기술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가장 핵심적인 양자컴퓨팅과 관련해서는 2026년까지 5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우리 기술로 자체 개발한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선보였는데, KRISS도 연내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시스템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실시할 전망이다.

다만 이 원장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KRISS가 양자 분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때 최종 목표를 1000큐비트로 설정했는데, 아직 50큐비트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양자컴퓨터 운영 과정에서 큐비트에 오류가 전혀 없다면 1000큐비트면 충분하지만, 오류를 완전히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되려면 1000의 제곱인 100만 큐비트 쯤은 돼야 실상황에서 1000큐비트 수준의 성능이 나온다. 아직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자컴퓨팅 분야는 하드웨어적인 것만 만들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PC도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에 따라 활용도가 다 달라지듯 양자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알고리즘·프로그램이 들어가는지도 중요하다. 큐비트가 적더라도 어떤 프로그램을 넣는 지가 중요하고, 또 사람들이 많이 갖고 놀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이 2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아울러 이 원장에 따르면 KRISS는 이같은 양자기술과 미래 극한 전력반도체 개발 사업 등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에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미래 모빌리티·에너지·우주국방 분야의 핵심 기술이다. KRISS는 다른 출연연 및 지자체, 해외기관 등과 협력해 전력반도체 첨단소자 제조공정용 소재·부품·장비의 기초 성능 및 양산 적용성 평가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플랫폼을 통해 산업 협력생태계 조성 및 글로벌 밸류체인 공조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게 KRISS의 기대다.

양자, 전력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 협력도 보다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KRISS는 미국 NIST, 일본 AIST, 영국 NPL 독일 PTB 등 글로벌 선진 연구기관과 미국 일리노이대학과 UC 버클리, 스위스 취리히 인스투르먼츠 등 유수 대학·산업체와 공동연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내년이면 KRISS 설립 50주년이다. 사람도 50살이면 자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KRISS도 한단계 퀀텀 점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했다"며 "KRISS는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측정 표준을 확립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에서 저희가 기여하고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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