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3조인 트럼프, 왜 6000억원 항소 공탁금 마련 못할까
트럼프 개인 현금은 4000억원 미만
트럼프 “헐값에 자산 팔면 항소심 이겨도 다 날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9일 “4억6400만 달러(약6207억 원)의 항소 보증금을 내려면, 자산을 헐값에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마녀 사냥이고 선거 개입”이라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서 주장했다.
트럼프와 그의 두 아들, 참모와 트럼프 기업(Trump Organization)은 작년 가을 뉴욕주 검찰로부터 2011~2021년 개인 재산과 기업이 보유한 마라라고 골프 휴양지, 전세계 골프장 가치를 20억 달러 가량 “노골적으로” 부풀린 “기만적인 재무제표를 발급해” 유리한 조건의 금융 대출과 보험 적용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예를 들면, 뉴욕 맨해튼 5번가(Fifth Avenue)에 있는 트럼프 타워의 개인 소유 3층 구조 펜트하우스 면적도 실제는 1만996제곱피트(약 1021㎡)였는데, 이걸 3만 제곱피트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뉴욕주 맨해튼 지법에서, 이 혐의로 모두 4억6400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매일 붙는 11만4554 달러의 이자까지 합산된 금액이다. 이 벌금 납부 마감일은 3월25일이다.
트럼프는 곧 항소하면서 이 벌금을 공탁하려고 미국의 보증채무 채권(surety bond) 회사 30곳을 수소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들 회사는 이번 경우 성사되면 1800만~2000만 달러(약 267억 원)의 수수료를 선(先)지급 받고, 이 공탁금을 대납하게 된다.
그러나 거절당하면서, 8개월도 안 남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애써 가꿔온 ‘성공한 거물 사업가’ 이미지가 훼손되는 위기를 맞았다. 또 앞으로 5일 내에 개인 재산을 헐값에 팔아서라도 6000억 여원의 공탁금을 마련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에 처했다.
트럼프를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민주당원이다. 그는 항소심이 끝나면, 트럼프의 부동산 왕국에서도 ‘왕관’처럼 간주되는 ’40 월스트리트’ 오피스 빌딩부터 강제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에서 18일밤부터 19일 새벽(미국시간) 10여 건 글을 계속 올리며 “내 엄청난 자산들을 저당 잡히거나 헐값에 팔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항소심에서 이기더라도, 이미 이것들은 모두 날아간다. 이게 말이 되냐”고 흥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산 3조원이어도...채권사들 “담보는 현금만”
트럼프가 작년에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그의 개인 자산은 30억 달러(약 4조1366억 원)에 달한다. 블룸버그 통신의 집계로도 31억 달러(현금 자산 6억 달러 포함), 포브스 집계로는 25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부호에게 왜 미국의 보증채무 채권사들이 공탁금 대납을 거부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채권사들에 대한 법규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관련 법규는 낮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에, 결코 ‘떼일 수 없는’ 확실한 현금 및 유동자산만을 담보로 받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가변적인 데다가, 즉각적인 현금화가 어렵다. 게다가 트럼프는 바로 이 부동산 가치를 ‘뻥튀기기’했다고 해서 기소됐는데, 이 부동산 가치를 믿고 보증채무 채권사들이 채권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의 현금 및 주식ㆍ채권 자산은 작년말 뉴욕타임스 조사에선 3억50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1995년 말~1996년 초 트럼프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작가 E J 캐롤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작년 9월 무려 8330만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받았다.
이를 항소하면서 보증금 채권사의 도움으로 이에 해당하는 공탁금을 냈다. 트럼프는 이때 이미 담보물로 1억 달러 이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4억6400만 달러의 채권[공탁금]을 발행하려면, 최소 10억 달러의 현금 및 유동자산을 담보로 내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보증채무 채권업계 전문가들은 미 언론에 말했다. 배상금의 배 이상이다. 트럼프는 이런 현금이 없다.
◇끝내 돈을 못 구하면
공탁금을 보증할 채권사를 구하지 못하면, 그가 ‘트루스 소셜’에 밝혔듯이 헐값에 자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거나, 개인 파산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파산 신청은 옵션이 될 수 없다.
3월25일이 지난다고, 58층짜리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40 월스트리트(일명 ‘트럼프 빌딩’),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골프 휴양지 등 트럼프 자산이 바로 강제매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강제매각 절차는 법원 명령에 따라 들어가며, 장기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고 한다. 뉴욕주 검찰도 항소심 재판이 끝나기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바로 강제 매각 절차를 밟았다가, 항소심에서 검찰이 패하면 이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BC 방송은 “트럼프 보유 부동산 중 어느 것도 단일 부동산 가치는 4억5000만 달러를 넘지 않아, 복수의 부동산의 매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선거 캠프나, 무제한 모금이 가능한 외곽 지원 조직인 수퍼 정치행동위원회(PAC)가 트럼프의 벌금을 대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물론 이렇게 막대한 돈도 없다.
선거자금만 따지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캠프가 유리하다. 3월 초 바이든 캠프는 1억 55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전국위원회가 지난 1월 말에 선관위(FEC)에 보고한 자금은 400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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