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안재홍 "만화에서 나온듯한 모습 구현하고 싶었죠"

"찾기 어려운 매력 가진 고수 같은 작품…호불호 반응, 감사한 마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배우로서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구현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웹툰 원작 작가님이 드라마를 보시고 만화 속 고백중과 제가 너무 닮아서 깜짝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안재홍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에서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 같은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등장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재홍이 연기한 고백중은 시종일관 노란 바지에 분홍색 셔츠, 파란 조끼를 입고 있다. 드라마는 백중이 길을 걸으며 직접 지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막춤을 추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작품 출연을 제안받고 웹툰을 보면서 백중의 모습이 표정이나 눈썹 모양까지도 저와 너무 닮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 작가님이 혹시 저를 보고 그리셨나 궁금해서 드라마 공개 후에 제작진을 통해서 물어봤는데, 저를 염두에 두고 그린 건 아니지만 드라마를 보고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전해주셨다"며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굉장히 기뻤다"고 털어놨다.

특히 안재홍은 첫 등장 장면에서 선보인 엉거주춤한 춤을 댄서 아이키에게 지도받아 화제가 됐다.

안재홍은 "고백중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인물의 '캐리커처'가 그려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그러려면 조금 다른 막춤을 춰야겠단 생각에 제작진에 아이키 선생님께 지도받고 싶다고 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닭강정'은 고백중의 독특한 행동거지뿐 아니라 기본 설정과 줄거리도 만화를 연상케 한다.

이야기는 최민아(김유정 분)가 수상한 기계 안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데서 시작한다.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과 민아 아버지 최선만(류승룡)은 민아를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안재홍은 "출연을 제안받은 후에 연기에 참고하려고 웹툰을 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끝까지 다 봤다"며 "마성의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설명처럼 '닭강정'의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을 향해서 나아간다. 고백중과 최선만은 민아를 닭강정으로 바꾼 수상한 기계의 정체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똑같이 생긴 기계를 연구하던 유명한 과학자가 얼마 전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드라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고백중, 최선만의 진지한 모습이 대비를 이뤄 때로는 실소를, 때로는 폭소를 자아낸다.

안재홍은 "새로운 것을 한다는 신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며 "우리 작품은 만화 같은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어드벤처가 가득한 모험극이라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닭강정'은 국내에서 시청 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 2위에 올라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다만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엉뚱한 설정과 작품 곳곳에 묻어나는 이른바 'B급' 정서, 황당한 전개와 대사에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민아가 닭강정으로 변하자 고백중과 최선만은 '너무 춥겠다'며 휴지로 닭강정을 덮어주고 입김을 불어준다. 민아가 다른 닭강정과 뒤섞이자 최선만은 여러 조각 중 하나를 보면서 "우리 민아는 보습에 신경 쓰는데 얘는 너무 메말랐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한다.

작품을 향한 엇갈리는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안재홍은 '닭강정'을 향신료 고수에 비유해 가며 설명했다.

그는 "고수라는 향신료를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적응이 안 돼서 빼고 먹는 분도 있다. 저는 굉장히 좋아해서 고수를 먹으려고 쌀국수를 먹는다"며 "어디서도 찾기 힘든 맛이지만 그 매력은 다른 무엇도 대체하기 힘들다. 그 매력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또 "저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이 안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며 "우리가 색다른 무언가를 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안재홍은 망가지는 연기로 연달아 주목받은 배우다. 그는 지난해 '마스크걸'에서 짝사랑하는 여자를 집요하게 스토킹하는 은둔형 외톨이 주오남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고, 이번 '닭강정'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연기로 화제가 됐다.

'마스크걸'에서 안재홍이 망가지는 연기를 본 시청자들은 '이번 작품이 은퇴작인 것 같다'는 익살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닭강정'이 공개된 뒤로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가 많다고 한다.

안재홍은 "시청자들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에 몰입해주셨다는 게 배우로서는 가장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잇달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만큼 다음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연기하기 부담되지 않는지 묻자, 안재홍은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제가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그 작품에서 만난 캐릭터는 그 캐릭터만의 생명력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가 될지 생각하면 늘 설레는 마음이에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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