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는 전공의들 대규모 고발할까…"민생 범죄 수사 차질 우려"

김민수 기자 임윤지 기자 2024. 3. 20. 14: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려 제도 폐지 후 업무 증가…다가올 총선도 변수
"정부·의료계 '강 대 강' 대치에 일반 시민만 피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임윤지 기자 = 경찰이 의료계 파행과 관련 있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대규모로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등 5명에 이어 전공의들까지 정부 고발에 따라 피의자로 입건되면 경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간 '꿈쩍'하지 않은 전공의들이 앞으로도 복귀하지 않아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경우 민생 범죄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도경찰청은 물론 일선 경찰서까지 동원되면 기존 사건 수사에는 의료계 사태 이후에나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의료계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에 따른 의료계 파행이 장기화할수록 피해 보는 것은 일반 시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 거부 시 처분·형사고발 대상"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발 여부는 물론 그 대상 및 규모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는 정부의 전공의 고발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고발이 이뤄지면 병원 소재지 관할서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인접 경찰서에서 분산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전공의 고발 여부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안을 무겁게 보는 것은 경찰 내부의 공통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예년 같으면 총선 관련 범죄 수사가 경찰의 최대 당면 과제였겠지만 현재는 의료계 파행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정부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에 돌입한 인원을 기준으로 하면 미복귀 전공의는 7000여 명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18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미복귀 전공의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복지부는 공고문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다면 처분·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일 전공의 고발이 이뤄져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 민생 분야 수사는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가뜩이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 업무량 자체가 늘어난 데다 총선까지 겹치면서 수사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공의 관련 수사는) 일선 경찰서 수사과 지능팀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고 경제팀에도 맡길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경제팀은 사이버수사팀과 통합해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며 "일선 수사관의 업무는 가중하고 민생 분야 수사는 밀려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1월1일 수사준칙 개정안 시행 후 반려 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은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접수해 살펴야 한다"며 "형사과가 담당하던 무전취식·무임승차와 같은 건도 수사과로 넘어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소환조사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지난해 개정된 수사준칙은 수사 반려 근거 규정이 담긴 범죄수사규칙 50조가 삭제됐으며, 모든 고소·고발을 접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소·고발과 진정, 탄원, 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며,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의 건까지 맡게 될 경우 구체적으로 매번 수사 상황과 통계를 정리해 매일 또는 일주일 단위로 보고해야 하는 만큼 업무 가중이 예상된다"며 "다른 사건들보다 당연히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 건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일선 경찰서에서 전공의 고발 건 수사의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은 상투적인 이야기"라며 "전공의 인원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압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기존에 하던 사건도 뒤로 미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력 증원' 가능성 작고 경험 없는 경찰 배치 어려워

문제는 인력 부족·업무 과중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교 교수는 "수사는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경험이 없는 경찰을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현재로선 인력 증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임 교수는 "수사 경험을 갖춘 인원으로 구성된 일종의 태스크포스(TF)처럼 특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력을 유동적으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