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정일우 “소장 목소리=이준혁, 부탁드렸더니 기꺼이”[EN:인터뷰②]
[뉴스엔 박수인 기자]
(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 정일우가 '거미여인의 키스' 비하인드를 전했다.
정일우는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터뷰에서 배우 이준혁이 극 중 소장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정일우는 "극 중 소장 목소리가 나오는데 생각이 든 분이 이준혁 선배님이었다. 저와 몇 작품을 같이 해서 부탁을 드렸는데 기꺼이 해주신다고 하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인극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일우는 "의지할 수 있는 건 상대방밖에 없기 때문에 한 시도 집중을 놓으면 안 되는 게 있어서 긴장이 많이 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연극을 보고 왔는데 김신록 선배님이 하시는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보고 왔다. 그걸 보고는 '나는 2인극이라서 힘들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너무 보고 싶어서 표를 직접 예매해서 보고 왔는데 너무 좋았다. 2인극이든 1인극이든 무대에 서는 무게감 부담감은 항상 큰 것 같다. 실수할 때마다 왜 이럴까 하는데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다 보니까 실수하는 것도 라이브의 묘미, 매력 아닌가 싶더라. 사람인지라 연기하다 보면 페어가 바뀌기 때문에 서로가 생각하는 호흡과 다르게 들어올 때도 있다. 그게 또 연극의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연출님이 각 역할을 배우에 맞게끔 해주셔서 각 몰리나마다 연기 스타일이 다르다. 다른 분들은 좀 더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잡은 분들도 있어서 페어마다 보는 재미가 있다고 얘기해주시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라이브로 전해지는 공연인만큼 실수도 있었다고. 정일우는 "실수는 있었는데 관객 분들은 모르신다. 조사가 헷갈릴 때가 있다. 영화 얘기를 할 때 '이리나'라는 여자와 영화 속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나온다. 그게 너무 헷갈려서 이리나는 '그녀', 남자를 좋아하는 동료는 '그 여자'라고 한다. 그런 것들이 헷갈린다. 대사를 외울 때는 무조건 소리내서 읽는다. 천 번 정도를 읽었고 공연 직전까지 대본을 본다. 워밍업을 안 해놓으면 힘들더라. 대사는 당연히 다 외웠지만 놓치는 부분이 생길까봐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 막공 때까지 그러지 않을까 한다"며 "실수하면 완전 멘붕이 온다. 상대방을 의지하면서 간다. 몰리나가 이야기를 끌고가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실수하더라도 다음 이야기로 전환되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그 장 안에서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 중에서도 특히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까. 정일우는 "1막 1장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영화 얘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무슨 얘기 하는 거야?'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정문성 배우가 팁을 줬다. 약장수처럼 약팔 듯 해보라고. '이 얘기 들어볼래?' 하면서 관객 분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게끔 하는 팁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제게는 첫 대사가 슬프게 다가온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아픔이 묻어나게 하려고 톤의 변화를 주면서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대사 속 나오는 영화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는 정일우는 "'거미여인으 키스' 영화, 소설은 봤지만 (대사 속 나오는) 영화를 보면 제가 상상해서 설명하는 데 제약이 걸릴 것 같더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안 봤다. 희곡 자체도 원작자가 쓰신 거라서 직역본도 읽어봤는데 이후에는 연출가님이 각색한 부분만 보면서 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저의 몰리나를 만드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몰리나와 정반대인 발렌틴의 매력도 짚었다. 정일우는 발렌틴에 대해 "몰리나와는 정반대 되는 캐릭터인데 초반부에 보면 제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고지식한 면이 있고 사회주의자로서 미쳐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다고도 느낀다. 끝까지 자신이 믿는 사상을 뚝심있게 믿는 게 매력이지 않나 싶다. 또 아이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게 발렌틴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몰리나가 채워주고 싶은 게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발렌틴 한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본 적 있는지 질문에는 "초반에 연기할 때는 발렌틴이 너무 멋있어보이더라. 제 주변 사람들도 초반에 할 때 '왜 발렌틴 안 했냐'고 하시더라. 그런데 발렌틴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하더라도 몰리나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하면서도 "같은 작품을 또 도전할 지는 모르겠다. 만일에 연출님이 바뀌고 배우들이 바뀌면 원점에서 시작해야 되는 거라. '엘리펀트송'도 같이 제안이 들어왔는데 같은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도전해보는 게 좋지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년에는 10주년이라고 해서 그건 또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31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일우는 "막공은 전혀 실감이 안 난다. 3회 차 정도 남으면 실감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열심히 준비했던 작품이라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 제게도 큰 도전이었고 해보지 못한 캐릭터라서 부담도 두려움도 있다. 동료배우분들이나 감독님들이 보시고 '네가 이런 연기를 하고 색깔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제 안에 갖고 있던 결을 끄집어내서 한 거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 좋은 연극이 있으면 또 빠른 시일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평생 연극을 하지 않을까 한다"며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몰리나로서) 영화 얘기를 잘 해보도록 하겠다. 초반에 좀 지루하더라도 5분 10분 참고 보시면 후회 안 할 작품이다.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다. 와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너무 많은 걸 알고 봐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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