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여자라 생각하는 몰리나役에 6㎏ 감량, 미모 유지하려”(거미여인의키스)[EN:인터뷰①]

박수인 2024. 3. 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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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앤블루 제공
레드앤블루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정일우가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를 연기하기까지 과정을 밝혔다.

정일우는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터뷰에서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동성애자 몰리나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짚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작품은 이념과 사상이 전혀 다른 두 인물 ‘몰리나’와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받아들여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인간애와 사랑을 다루는 작품.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익(Manuel Puig)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 '엘리펀트송' 이후 5년 만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된 정일우는 "종종 제안이 들어왔는데 세 작품이 한 번에 들어왔다. 고민하던 중에 '거미여인의 키스'를 선택하게 됐다. 친한 배우 중에 정문성 배우가 있는데 이전에 발렌틴 역을 하셨다. 형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꼭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셔서 어렵고 힘든 캐릭터이지만 형 얘기를 믿고 원작이 갖고 있는 힘과 매력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굉장히 괴로웠다고. 정일우는 "연극은 어떤 장르보다 힘든 장르라 생각한다. 연극을 하면서 기본기를 다지는 생각이 든다. (몰리나 역은) 매체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정일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며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 연극을 두달 반 가량 준비했는데 연출님이 각색을 많이 하셨다. 그러다가 원작대로 가자고 해서 배우들이 준비할 시간은 한 달밖에 없었다. 매일 밤새 준비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치열하게 준비한 것 같다. 박정복(발렌틴 역) 배우가 전 시즌을 하셔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몰리나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까 굉장히 고심했던 기억이 있다"며 "몰리나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라서 유약하고 유리같은 캐릭터로 설정했다. 섬세하면서도 사랑의 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사랑이라 생각했다. 모성애에 가까운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연기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외적인 변화도 필요했다. 정일우는 "목소리 톤을 하이톤으로 잡고 시작한다. 제스처, 걷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잡았다.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체화돼서 몰리나스럽게 나오더라. 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분석할 때 참고했던 작품은 '대니쉬걸'의 에디 레드메인이었다. 장국영 배우가 한 '패왕별희'도 참고하면서 캐릭터를 잡았다. 6kg 정도 감량하기도 했는데 매일 운동한다. 근육량이 늘어나고 체지방이 빠져서 몸무게는 유지하고 있다. 지인 분들이 많이 보러오셨는데 다들 '얼굴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냐'고 하더라. 스타일리스트들은 '드라마할 때 이런 얼굴이 나와야 하지 않냐'고 했다. 그렇게 몰리나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몰리나처럼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고. 정일우는 "공연 끝나고 지인들과 얘기할 때는 몰리나 같은 행동이 나온다. 다음 날 되면 좀 나아지고.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데뷔 이후에 이렇게 운동하고 관리하는 게 처음인 것 같다. 드라마할 때는 촬영 전에는 관리하지만 시작 후에는 거의 못 한다. 다이어트를 많이 하기도 했고 미모를 유지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 중 발렌틴과 스킨십을 하는 장면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정일우는 몰리나와 발렌틴이 입 맞추는 장면에 대해 "제가 하는 건 아니고 발렌틴이 다가와서 하는 건데 연극하는 동안 저는 여자이기 때문에 발렌틴이 리드를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평소 퀴어적인 요소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세 편 연극했는데 다 같은 캐릭터를 했다. 그 전에는 동성애자일뿐인 거고 자기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면 이번에는 자기가 여자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라서 접근 자체가 달랐다. 더 여성스럽게 보여야겠다는 건 없었지만 섬세함을 표현하려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몰리나 그 자체로 봐주는 반응도 있었다. 정일우는 "1막은 6장, 2막은 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 여인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리뷰를 봤다. 제 주위 작품하셨던 감독님도 많이 보셨는데 정일우가 안 보이고 몰리나로 보인다고 하시더라. 여자로 봐주시는 거다. 그게 가장 듣기 좋은 말이지 않았나 한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몰리나를 연기하고 이해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을까. 정일우는 "몰리나가 갖고 있는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60년대 밖에서는 핍박받고 사람 취급 못 받던 친구가 발렌틴을 만나면서 지옥같던 나를 구해내준, 어쩔 수 없는 쓸쓸하고 애절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몰리나의 사랑은 제가 어머니에게 느끼는 사랑이다. 한 번도 살면서 그 정도의 사랑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해야 될 것 같다. 초반에 몰리나를 보면서 '왜 이렇게 바보처럼 희생하나' 했는데 제가 몰리나가 되다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이해가 돼야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어머니도 보고 가셨다. 원래 제가 나오는 작품을 보는 게 너무 떨리고 조마조마하셔서 안 보시겠다고 했는데 며칠 전에 보셨다. 원래 제 연기에 박하신데 '잘했네' 하셨다. 정일우가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몰리나가 돼있다고 하시더라. 너무 예쁜 여인이 서있다고. 몰리나가 엄마 얘기를 많이 한다. 연기할 때마다 어머니가 떠오르기는 한다. 그래서 그런 표현이 더 잘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사랑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랑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희생도 필요하고 위안도 얻고 주위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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