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16만원 반납" 동의서까지 내밀었다…문 닫는 대학병원 속출하나
전공의 수련 비율이 높은 대학병원(2차 병원)이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환자 수는 급감했지만 근무수당, 당직비 등 정부 지원에서는 소외돼 손실 보전이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적자를 이유로 폐원한 서울백병원처럼 수도권에서마저 문을 닫는 대학병원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 정도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제대 상계백병원은 최근 병원장 명의의 '급여반납동의서'를 전체 교수에게 발송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경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급여 일부를 자의적으로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향후 6개월간 매달 116만원 또는 48만원을 내거나 스스로 금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관계자는 "상계백병원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으로 의무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의료원 산하 4개 병원에서도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보직 수당을 반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병원 외에 다른 대학병원도 사정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1개를 임시 폐쇄하고 40여명의 간호사를 타 병동으로 보내거나 진료보조(PA)로 전환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직원에게 연차 휴가를 100% 소진하고 출장과 교육도 비용 최소화를 위해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올해로 예정된 1000병상 규모의 새병원 완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역시 병동 2개를 폐쇄하고 직원에게 연차 사용을 종용하고 있다.
경희대의료원 산하 강동경희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이전과 비교해 병상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수익은 60%대로 감소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한 데 이어 병동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김성완 경희대의료원장은 "자금 경색에 의한 문제가 길어진다면 의료기관의 존속 여부를 걱정해야 할 중차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은 크게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과 종합병원으로 구분된다. 종합병원도 전공의 비율이 전체 의사의 3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일반 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대학이 의사의 교육·수련을 책임지는 만큼 전공의도 더 많이 받는다. 대학병원으로서 상급종합병원과 연계해 중증도·중증질환과 응급 환자 치료에서 상당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전공의 비중이 크다 보니 집단 이탈로 인한 타격 또한 일반 종합병원보다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종합병원 중 수련병원은 일평균 입원 병상 수가 이전 평일 3만8306개에서 지난주(3월 11~15일) 3만6254개로 2000개 이상 감소했다. 종합병원 중 비수련병원이 같은 기간 2만4545개에서 2만6877개로 환자가 10%가량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료 수익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입원·수술의 감소는 경영 위기로 직결된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하루 적자가 4~5억원가량으로 상급종합병원보다는 낮지만 수익 대비 손실로 따지면 타격이 훨씬 크다"며 "무급휴가 시행, 병동 통폐합 등의 자구책을 상급종합병원보다 훨씬 일찍 시작했는데도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탄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매일 10억원가량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등은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
경영난은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 상급종합병원에 준해 인력·장비·시설을 구축한 탓에 남는 돈이 많지 않은데다 최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방법 역시 마땅치 않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비상진료체계 지원 방안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돼있다. 대체 인력 파견 근무수당 지급,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료인력의 당직비, 신규 인력 채용, 병원 간 전원시 이송 처리료 지원 등이 전부 상급종합병원만 해당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받으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순 있지만 이 역시 일반 종합병원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 전공의가 없어 업무에 치이는 교수만으로는 환자 수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 병원장과 잇따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일반 대학병원은 소외됐다. 서울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똑같은 대학병원으로 비상진료체계 유지와 지역 의료에 큰 부분을 책임지는데도 상급종합병원은 지원하고 종합병원은 적절히 보상해주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남은 인력을 재교육하는 것만이라도 하루빨리 지원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백병원처럼 문 닫는 대학병원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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