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한 날짜에 조사하라? 피의자 이종섭의 ‘면피 수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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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빨리 대면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조사기일지정촉구서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에 보낸 데 이어 곧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대상이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공수처는 이 대사가 제출한 휴대전화의 포렌식도 마치지 못한 상태인 데다 주변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부실한 수사'를 재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사는 귀국 뒤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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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빨리 대면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조사기일지정촉구서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에 보낸 데 이어 곧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대상이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공수처는 이 대사가 제출한 휴대전화의 포렌식도 마치지 못한 상태인 데다 주변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부실한 수사’를 재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대사는 25일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관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 이 대사는 귀국 뒤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일 이 대사는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촉구서’를 내고 빠른 시일 안에 조사 기일을 잡아달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를 조사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아직 지난 1월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 주요 관계자 조사 또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윗선’인 이 대사를 조사하려면 이들을 먼저 불러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사가 재차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도 현 단계에서는 면피용 조사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절차 상 이 대사는 마지막에 불러 조사해야 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의 ‘조사 촉구’ 요청 자체가 수사기관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여지도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지난해 5~6월 ‘윗선’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같은 요청을 ‘부적절하다’며 모두 거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송 대표 자진 출석에 대해 “형사절차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검찰 조사는 피의자가) 일방 요구하거나 재촉할 사안이 아니다. 이런 행태의 반복은 본인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송 대표를 불러 조사한 뒤 구속기소한 바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공수처장 후보 지명이 늦어지며 공수처가 대통령실의 압박 등 외풍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장 공백이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 안팎에서는 총선 이후 지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날 공수처는 ‘개인정보 유출’ 유죄 선고로 지난달 초 사의를 표명한 김선규 수사1부장의 수리가 당분간 늦춰짐에 따라, 이날부터 김 부장이 다시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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