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투자 시소'…중소형 OLED 속도 올리는 삼성D vs 신중 LGD

한지연 기자 2024. 3.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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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스플레이 전쟁' 2라운드, 삼성·LG 승자는 ②
[편집자주]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의 2차전이 시작됐다. 대형패널을 만들던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소형에 집중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박'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내 온 LCD를 정리하고 OLED 시장에 전력투구해 역전을 노린다. 다른 길을 걸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시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글로벌 OLED 시장규모 및 전망/그래픽=윤선정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시계가 제각각 달리 흐른다.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열쇠가 되면서다. 본래 중소형에 집중해왔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정보기술)전용 OLED 라인 구축에 나서며 투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반면 대형 OLED에 중점을 뒀던 LG디스플레이는 한발짝 늦게 중소형으로 투자의 무게 추를 옮기는 중이다. 6세대 투자 중이지만 8세대 투자는 아직이다.

8세대는 현재 중소형 OLED라인 중 가장 선진 라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세대는 유리 원장을 뜻하는데, 원장이 크면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양산 수량이 많아진다. 즉 6세대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최신 기술과 설비를 반영해 신규 공정에 유리하다. 특히 중소형 OLED '큰 손' 애플은 공급사에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기로 유명한데, 최신 라인인 8세대가 이를 맞추기 더 수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구축 중인 충남 아산 캠퍼스의 8.6세대 IT OLED 라인은 연간 1000만개의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투자 사실을 발표하고, 이달 초 A6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3년간 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A6라인은 '큰 손' 애플의 제품 출시 로드맵을 겨냥했다. 애플은 2026년 아이패드(태블릿PC), 2027년 맥북(노트북)에 8세대 라인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투자 소식은 아직이다. 2021년 발표한 6세대 중소형 OLED 라인 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 3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D·LGD 연간 영업이익(손실) 추이/그래픽=윤선정

두 회사의 중소형 OLED라인 투자 격차는 최근 상반된 실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5조9500억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이에 못지않은 5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영업이익 2조2300억원으로 3년만에 반짝 흑자전환했지만,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900억원, 2조5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또 다시 적자 늪에 빠졌다.

삼성D·LGD 현금흐름 추이/그래픽=윤선정

현금 흐름도 대비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조3292억원, LG디스플레이는 2조2575억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초 삼성전자에게 20조원을 빌려줄 때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려왔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유상 증자로 1조3000억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 중 4000억원 가량이 기존 6세대 투자 보완에 사용된다. 8세대 투자 여부를 두고 신중론을 앞세웠지만, 자금 부족에 따른 투자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설비 투자 규모를 줄여왔다.

삼성D·LGD 시설투자 추이/그래픽=윤선정

그러나 두 회사의 실적이 중소형 OLED를 바탕으로 엇갈리면서 LG디스플레이가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상황과 기업 여력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적기 투자의 중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000년대 초, 4세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일본이 쥐고 있었지만 2005~2006년도 들어 한국이 역전한 것도 5세대 투자에 먼저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적기 투자가 더 절실해진 것이다. 중국의 BOE는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8세대 IT OLED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했고, 차이나스타(CSOT)도 연내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의 LCD(액정표시장치)공장을 시장에 내놨다. 매각 자금은 1조원대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을 정리해 LCD에서 OLED로의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인단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20년 가까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한 것은 기업들이 적기에 투자를 잘 한 덕분이었다"며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제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성장세는 계속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351억달러, 대형은 77억달러로 관측된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추격을 하고 있지만 OLED는 투자 자체보다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마냥 안심할 순 없으므로 한국 기업들이 격차를 더욱 벌리려면 계속 적극적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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