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이 반찬을 ‘밥도적놈’이라 불렀다
주영하 외 지음|휴먼앤북스|984쪽|12만원
한 외국인이 당신에게 “한식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불고기, 비빔밥이 유명하고 최근에 ‘치맥’도 인기랍니다”라는 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출간된 <한식문화사전>(휴먼앤북스)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는 한식의 핵심을 ‘곡물 밥+반찬’의 식사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쌀·보리·조 따위를 밥으로 지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곡물로만 지은 밥은 전분이라 따로 간이 안돼 있어서 간이 된 비전분을 따로 챙겨먹으려다보니 ‘곡물 밥+반찬’이 기본형태가 됐다는 설명이다.
K푸드가 인기인 시대에 한식 레시피 책은 넘쳐나지만, 한식의 ‘근본’을 설명한 책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한식문화사전>은 역사서, 근·현대 신문기록, 시조, 미술작품 등을 훑어 한식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백과사전같은 책이다. 한식의 식재료와 대표적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식기나 식사예절·제사음식까지 한식을 취급하는 방식까지도 정리했다. 민족학, 국문학, 음식사 등의 분야에서 모인 15명의 전문가가 함께 썼다.
한식의 대표적 식재료인 ‘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면 김 하나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김, 간장게장 등 짭쪼름한 음식들에 대해 요즘 사람들이 ‘밥도둑’이라는 별칭을 붙였는데, 이같은 표현은 일제강점기 때도 있었다. 1939년 4월29일자 <동아일보> 기록을 보면, 일제강점기 남한 지역에서는 김 반찬으로 밥을 먹으면 평소보다 배 이상 먹을 수 있다고 하여 김을 속칭 ‘밥도적놈’이라고 불렀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김은 중국에 진헌하는 물품에 포함되는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김은 북쪽 지방을 제외하고 서해·동해·남해 연안에서 모두 생산됐다. 조선시대 미식가였던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김은 동해 사람이 주먹으로 물을 짜서 말린 것이 가장 좋다”고 평했다. 조선 중기 문신인 이경석은 김을 선물받고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돌이끼처럼 가늘어 색깔 알기 어려운데/종이처럼 얇아서 억지로 모양을 엮었네”라는 구절이 담긴 시를 짓기도 했다.
한식문화사전을 펴낸 휴먼앤북스의 하응백 대표는 “기존의 레시피 중심의 한식 설명에서 벗어나 한식에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는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영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인문학적 풍요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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