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찾아온 국회의원들 “동성커플 피부양자 자격 인정하라”
“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요.”
동성커플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을 찾은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말했다. 장 의원은 동성커플 소성욱·김용민씨 부부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장 의원은 “소수자 권리 의식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에 법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의 옆에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인권수준이 많이 신장한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인권 선진국 말을 듣기엔 미흡한 게 많지 않냐”며 “그 목표로 가기 위해 모든 국민이 어떤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21일 소씨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상고했다. 소씨는 여전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소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신규 안건으로 올려 심리를 진행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대법관 13명이 함께 진행하는 첫 심리이기도 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단이 원고의 지위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꿔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와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피부양자인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등이다.
국내에서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레즈비언 커플 김규진씨 부부가 임신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신혼부부 청약, 배우자 유산 상속 등 권리가 제한된다. 동성커플의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은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가족 구성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법·제도를 변화하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대법원 앞을 찾은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전향적인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들과 함께 소송 당사자인 소씨 부부와 대리인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시민단체 모두의결혼은 “동성커플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2심을 대법원도 지켜달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강은미·배진교·심상정·양경규·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강민정·용혜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가져가 선고하는 경우는 해당 판결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소송은 저희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평등을 저울질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고등법원이 건넨 평등의 배턴을 이어받아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동성부부들에게 다시 한번 희망의 다리를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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