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과 함께 찾아온 ‘뎅기열 주의보’···브라질서 200만명 역대 최다 감염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인 뎅기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최근 남미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나 뎅기열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 1월1일(현지시간)부터 3월19일까지 국내에서 193만7651명이 뎅기열에 걸리고, 이 중 6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감염자 수는 브라질이 뎅기열 환자 건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로 가장 많은 수치이다. 이전까지 뎅기열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5년(168만8688건)이다.
올해 들어 뎅기열이 빠르게 확산하자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 등 71개 도시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달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뎅기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뎅기열 검사소와 입원 시설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 매체 G1은 브라질 동남부 벨루오리존치의 한 의료시설은 임시 응급치료실(UPA) 컨테이너를 설치해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뎅기열은 다른 남미국가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12만2898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마르티니크, 멕시코, 파라과이, 페루, 프랑스령 기아나와 과들루프 등 11개국·지역에서 뎅기열 사례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WHO는 2023년 뎅기열 증가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습도, 온도 상승 등을 꼽았다. 뎅기열은 숲모기류를 매개로 겨울 평균기온 10도 이상인 온난한 지역에서 주로 번진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 사이에는 브라질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엘니뇨에 따른 고온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동남부 상파울루는 지난해 9월 기온이 36.5도로 올라, 1943년 이래 가장 높은 9월 날씨를 보였다. 지난해 9월24일 파라과이의 필라델피아는 전날 섭씨 44.4도까지 치솟았고, 아르헨티나의 라스 로미타스는 43.6도, 볼리비아의 트리니다드는 39.5도까지 올랐다.
질병 관리 부실, 의료 시스템 약화 등 사회적 원인도 뎅기열 확산을 가속화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식수를 얻기 어려운 빈곤한 지역일수록 뎅기열에 취약하다는 견해도 있다. 열대성 질병 전문가인 산티아고 밸디즈는 “(식수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은 물을 모아놓아야 한다. 물통을 아무리 닫아둔다 해도 부주의하기 마련이며, 모기가 그 안에서 알을 낳고 번식할 기회를 노린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뎅기열에 걸리면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 전반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뎅기열의 치사율은 0.01~0.03%로 낮은 수준이지만 적지 않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전 세계에서 100여 명의 뎅기열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뎅기열 감염 사례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3년 국내에서 205명이 뎅기열에 걸렸다고 밝혔다.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입국한 경우였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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