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 쓰다가 밥도 못 먹어요” 간호사 때려칠 정도라니…얼마나 힘들길래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기록지 때문에 간호사들이 그만 둔다고?”
간호사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 일반인들은 생소하지만 간호기록지 작성은 간호사의 고된 작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간호기록지는 구시대적이다. 하나하나 키보드를 쳐서 작성하고 있다. 이 업무에 질려 그만두는 간호사도 상당수.
간호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이동균 디케이메디인포 대표가 고민한 대목도 이 지점이다. 그래서 간호기록지에 AI기술을 도입했고, 그 덕분에 10분까지 걸렸던 기록지 작성 시간이 10초 수준으로 단축됐다. 이 기술에 챗GPT 제작사, 오픈AI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간호사의 구시대적인 업무 부담을 줄여보려는 시도가 AI기술과 만나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6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이후 닥플이라는 의료IT 회사에서 의료정보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2020년 디케이메디인포를 설립했다.
디케이메디인포는 국내 최초의 간호정보학 전문 기업이다. 이 대표를 포함한 8명의 직원 모두 간호사 출신이기에 가능한 사업이다.
아직도 병원에서는 간호기록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이에 드는 시간, 비용 등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환자를 돌보는데 모든 에너지를 써도 모자랄 판에 간호기록지를 작성하느라 업무의 상당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환자 상태를 기록지에 꼼꼼히 작성해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야 한다”며 “간호기록지는 환자의 상태, 처치 내용 등을 일일이 써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 일의 약 30%가 간호기록 작성 업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대학을 나와 처음 병원에 취직한 간호사의 절반 정도가 1년 안에 병원을 그만두고 있다”며 “과중한 업무 탓인데 그 중 간호기록지 작성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디케이가 ‘스마트널스ENR’이라는 전자간호기록 시스템을 개발한 배경이다. 스마트널스ENR AI버전은 가상 환자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간호기록지를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간호사는 기록지를 일일이 수기로 작성할 필요없이 환자 상태, 치료 등에 대한 간단한 정보만 추가로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간호기록지를 알아서 작성해 준다. 가상 환자 정보여서 개인 정보 문제도 없다.
이 대표는 “스마트널스를 이용하면 원래 5~10분 걸리던 작성 시간이 10초로 줄어든다”며 “간호기록지 작성 시간이 줄면 그 시간만큼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늘어나 의료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기술이 적용됐다. 이런 인연으로 디케이는 최근 미 실리콘밸리 오픈AI 본사에서 개최된 ‘K-스타트업&오픈AI 매칭데이’ 행사에 초청됐다. 의료 관련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이 대표는 “기업 소개를 마친 뒤 오픈AI 개발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줬다”며 “오픈AI와 협업 가능성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스마트널스는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 전이다. 현재는 간호대학생들의 실습용으로 제공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200여개 간호대학 중 60곳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사용자도 1만5000명에 이른다.
스마트널스는 아직 간호대학의 실습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점차 사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인데 우선 싱가포르 국립대 수출을 준비 중이다. 싱가포르에 수출이 이뤄지면 주변국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중동지역까지 수출 확대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교육용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 시스템을 사용해보고 수기로 작성하는 간호기록지와 차이를 경험한 뒤 시스템을 보완해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병원마다 간호기록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달라 간호사들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 시스템이 실제 병원에 도입된다면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개선돼 환자 돌봄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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