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에 재판지연 우려…법원, '의료감정의' 범위 확대 검토

서효정 기자 2024. 3.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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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퇴직 개원의'까지...대법원 예규 개정 검토중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여파가 법원에 미칠 우려가 커지면서, 법원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의료사고 소송은 물론 자동차 사고 보험금 청구나 산업재해 소송에 이르기까지 법원에서 진행되는 많은 재판이 의료감정을 필수로 하는데, 현재 의료감정을 맡는 의사들의 풀이 넓지 않아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의료감정을 맡는 '감정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법원 예규를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학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감정의들 중 무작위로 선발해 의뢰하는 방식인데, 이 범위를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와 대학병원에서 퇴직한 개원의까지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감정 의뢰비 현실화도 함께 추진합니다. 현재는 1건당 최대 60만원인데, 기존 업무를 보기에도 바쁜 의사들에게 유인이 될 만한 금액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대법원 예규가 개정되면 각급 법원에서도 이를 따라 내규를 개정하는 등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행정법원도 최근 의료감정과 관련해 감정서의 질문 수가 10개를 넘어서면 5개마다 20만원씩 감정료를 늘릴 수 있게 내규를 개정했습니다.

장기 미제 사건의 상당수가 의료감정이 필요한 사건입니다. 충남도지사였던 안희정씨 미투 사건의 김지은씨가 안씨와 충남도청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상대측이 성폭행과 정신적 피해 간 인과관계를 부동의해 의료감정을 받는데만 2년 걸렸습니다. 성형수술 중 숨진 권대희 씨 사건도 의료감정인의 회신을 바탕으로 재정 신청을 했습니다. 물론 의료감정이 의료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에 계류됐던 의료전담사건은 296건으로, 2020년 275건, 2021년 273건, 2022년 273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의료전담 합의재판부 미제사건 건수도 지난해 기준 86건이나 됩니다.

오는 28일 직접 재판에 나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맡은 사건도 의료감정이 필요한 보험 소송입니다. 2017년 소가 제기돼 8년째 재판중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복합통증증후군 등 통증을 겪게된 50대 남성에게 보험사가 수년간 해오던 치료비 지급을 중단하고 이제 그만 합의하자고 하자, 이 남성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입니다. 피해자의 기대여명이나 교통사고와 복합통증증후군 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놓고 의료감정이 오래 걸리면서 재판이 길어진 경우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의료감정으로 인한 재판 장기화 문제는 계속돼왔지만, 의료계 파업으로 전담재판부 등에서 '의료감정이 더 늦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해 최근 이러한 대책들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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