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LG전 부진 때문인가’ 고우석, SD 26인 로스터 제외…트리플A 강등, 美도전 험난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에 나선 고우석(26)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고우석은 트리플A에서 시즌 개막을 맞는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참가를 위해 한국에 잠시 돌아왔지만, LA 다저스와 개막전에는 뛰지 못하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20일(한국시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맞붙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앞서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팀 코리아를 상대로 한 스페셜 매치에서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택시 스쿼드’ 5명을 포함해 총 31명의 선수단을 꾸렸는데, 고우석도 여기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종 명단을 26명으로 축소해야 했고 고우석은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26인 로스터에 투수 13명을 포함시켰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와 조니 브리토, 에니엘 데 로스 산토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마이클 킹, 스테픈 콜렉, 조 머스그로브, 로버트 수아레스, 랜디 바스케스, 톰 코스그로브, 마쓰이 유키, 애드리안 모레혼, 완디 페랄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던 마쓰이는 26인 엔트리에 들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오른손 투수 고우석은 트리플A 엘 파소에서 시즌을 맞이한다”고 전했다.
포수는 루이스 캄푸사노, 카일 히가시오카가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내야수에는 잰더 보가츠, 김하성, 매니 마차도, 그레이엄 폴리, 에구이 로사리오, 타일러 웨이드가, 외야수는 호세 아소카르, 잭슨 메릴, 주릭슨 프로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포함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고우석. KBO리그에서 정상급 클로저로 활약했던 고우석은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뒤로 하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한 고우석은 마감 시한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의 오퍼를 받았다.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한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 7분 직전 메디컬테스트 결과가 나왔고,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3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샌디에이고에는 든든한 조력자도 있었다. 바로 2023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이 주인공이다. 김하성도 후배 고우석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김하성은 낯선 미국 땅에 온 고우석이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높아진 위상을 자랑하는 김하성은 고우석이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왔다. 고우석은 “김하성이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를 해준다”며 김하성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증언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김하성은 고우석을 집에 초대해 식사도 대접했다. 고우석의 처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고우석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하성이 고기를 굽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고, 선배 김하성도 지즉정성으로 고우석을 도왔지만, 한국 최고 클로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 등판한 고우석은 1이닝 동안 1피안타를 내줬지만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4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는 1이닝 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는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고우석은 11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만 잡아내고 강판됐다. 제구 난조를 보인 데다 홈런까지 허용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⅓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미국 현지 언론도 실망감을 표출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고우석이 6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얻으면서 5점을 내줬다. 지난 다섯 시즌 동안 KBO리그 세이브 순위를 선도했던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를 맞았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볼넷 하나를 포함해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까지 모두 맞았다”며 고우석의 부진을 꼬집었다.
그래도 마지막 등판에서는 다시 반등한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마쳤다.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려면 더 좋은 성과를 남겨야 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3⅓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6실점 평균자책점 12.46 피출루율 0.364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 2.31를 기록했다.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에서도 고우석은 부진했다. 친정팀 LG와 경기에서 옛 동료에게 홈런까지 맞고 무너졌다.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시작했다. 김현종에게 삼진을 뺏어내며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이재원에게 홈런을 헌납했다. 고우석이 던진 153km짜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몰렸고, 이재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고우석은 후속타자 손호영을 삼진, 구본혁을 3루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켜냈지만,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처지였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을 상대할 때 “우리 선수들이 다 알아서 잡혀주지 않을까 싶다”며 제자의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예상은 완전히 벗어났다. 선수들은 고우석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우석은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올해 부족한 것들을 채우다 보면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기대를 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고우석이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러면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좋은 소식이었다”며 고우석의 피칭에 대한 평가를 내린 후 “선수들을 평가하고 개막 로스터를 확정할 생각이다. 고우석도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쨌든 반등해서 세이브에 성공했다. 로스터 진입 여부는 다저스전을 앞두고 결정하겠다”며 로스터 구성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정팀 LG와 경기에서 부진했던 고우석은 실트 감독과 AJ 프렐러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잠시나마 샌디에이고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고우석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특급 마무리 조쉬 헤이더를 FA 시장에서 잃은 샌디에이고는 대체 자원을 물색했다. 지역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파산했고,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피트 사이들러 구단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샌디에이고의 자금 사정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때문에 샌디에이고는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일본 특급 마무리 마쓰이와 한국 최고 클로저 고우석을 영입해 뒷문 단속에 나섰다. 알짜 FA인 완디 페랄타도 4년 1650만 달러(약 220억원)에 영입했다.
고우석은 이적생들과 기존 자원인 수아레즈 등과 마무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트 감독도 스프링캠프에 앞서 “고우석도 마무리 후보에 포함된다. 긴박한 상황을 많이 경험해본 선수다. 경험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또 경기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며 고우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단 고우석은 트리플A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에 콜업될 수 있다. 고우석은 성실함이 강점이다. 결혼식 전날에도,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운동을 놓치 않았다. LG에서 함께 뛰었던 베테랑 투수 김진성은 “고우석은 나이답지 않다. 왜 잘하는 지 알 것 같다. 계속 마무리를 해서 그런지 성숙한 행동들을 한다. 결혼식 전에도 운동을 하고 갔다더라”며 고우석의 야구에 대한 태도를 칭찬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고우석은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야구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응원해주는 것도 감사하다. 당장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고 생각하기 보단, 빅리그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큰 목표를 갖기 보단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해 끝까지 시즌을 치르겠다”고 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탈락했지만, 고우석이 트리플A에서 활약한다면 ‘메이저리거’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고우석이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김하성과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서울시리즈에 나서는 다저스도 26인 로스터를 확정했다. 다저스는 투수 라이언 브래지어, JP 페예레이센, 타일러 글래스나우, 마이클 그로브, 다니엘 허드슨, 카일 허트, 조 켈리, 랜던 낵, 에반 필립스, 거스 발랜드, 알렉스 베시아, 야마모토 요시노부, 라이언 야브로를 포함시켰다.
포수는 오스틴 반스, 윌 스미스를, 지명타자는 오타니 쇼헤이, 내야수에는 프레디 프리먼, 개빈 럭스, 맥스 먼시, 미겔 로하스를, 외야수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이슨 헤이워드, 제임스 아웃맨을, 유틸리티에는 무키 베츠,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를 명단에 넣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베츠-오타니-프리먼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MVP 상위 타순을 꾸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타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격침 선봉에 선다. MLB.com은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두 번이나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베츠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고, 프리먼도 2020년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모두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이들은 모두 MVP 투표에서 상위 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며 “올해 다저스 라인업에는 기대되는 것들이 매우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 저녁 시즌이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곧 만나요. 다저스 파이팅!"이라며 서울시리즈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오타니는 아직까지 서울 입성 후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한국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아내 다나카 마미코씨가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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