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역사를 쓴 경기, 유기상은 그때도 ‘궂은일’을 했다

손동환 2024. 3.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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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상(188cm, G)은 역사를 썼다. 그러나 ‘궂은일’을 더 생각했다.

창원 LG는 지난 19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안양 정관장을 94-70으로 꺾었다. 8연승을 질주했다. 또, 33승 17패로 단독 2위를 유지했다. 3위 수원 KT(31승 19패)와는 2게임 차다.

LG는 2022~2023시즌에 많은 걸 이뤘다. 2013~2014시즌 이후 9년 만에 4강 직행했고,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봄 농구를 경험했다. 비록 4강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못 이겼지만, LG의 도약은 눈부셨다.

다만, 아쉬움이 존재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는 202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로터리 픽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6강 플레이오프 탈락 팀과 4강 플레이오프 탈락 팀의 로터리 픽 지명 확률이 높았기 때문.

그렇지만 LG는 지명 순위 추첨장에서 웃었다. 3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것. 3순위 지명권을 얻은 LG는 유기상을 선발했다. 유기상은 공수 밸런스를 겸비한 슈터. 슈터를 원했던 LG에 필요한 조각이기도 했다. 조상현 LG 감독 역시 크게 미소 지었다.

유기상은 입단 직후 필리핀 전지훈련에 동참했다. 그리고 군산에서 열린 KBL 컵대회에도 나섰다. 하지만 조상현 LG 감독의 눈에 차지 않았다. LG에서 원하는 수비를 따라하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유기상은 D리그 훈련까지 소화했다. 하지만 LG의 컬러를 곧바로 장착했다. 팀에 빠르게 녹아든 유기상은 47경기 평균 23분 20초를 소화했고, 경기당 8.2점에 경기당 1.9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성공률은 약 43.8%. LG의 외곽 공격에 활력을 주고 있다.

힘을 얻은 LG는 2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유기상 역시 의미 있는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인왕과 한 걸음 가까워졌다. 그리고 정관장을 상대한다.

또, 유기상은 이번 경기에서 3점슛 1개만 넣어도 기록을 세운다. ‘KBL 역대 신인 중 한 시즌 최다 3점슛 성공’이다. 조상현 LG 감독도 경기 전 “(유)기상이가 오늘 KBL의 역사를 쓸 수 있다”며 유기상의 퍼포먼스를 고무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유기상은 또 하나의 장기를 갖고 있다. ‘수비’다. 정관장 볼 핸들러 중 한 명인 최성원(184cm, G)을 잘 따라다녔다. 경기 시작 1분 11초에는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얻기도 했다. 자유투 2개를 이끌었다.

유기상은 수비 후 속공에 적극 가담했다. 속공 중 첫 번째 3점 기회를 맞았다. 비록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슛 밸런스와 슛 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슈팅 찬스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수비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슈터인 배병준(189cm, G)을 막았다. 배병준의 볼 없는 움직임을 끝까지 견제. 배병준에게도 점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유기상의 수비 공헌도 덕분에, LG는 24-15로 1쿼터를 마칠 수 있었다.

유기상은 2쿼터에도 코트를 밟았다. 속공은 물론, 3점 찬스를 부지런히 만들었다. 공격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세했다. 특히, 2쿼터 시작 1분 19초에는 오른쪽 윙에서 파울 자유투 유도. 자유투 3개를 모두 꽂았다. 그리고 2쿼터 시작 2분 26초 만에 처음으로 벤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기상이 물러난 후, LG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외곽 수비가 그랬다. 또,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했다. 불안 요소가 생긴 LG는 2쿼터 시작 4분 48초 만에 34-22로 쫓겼다. 그리고 유기상을 다시 투입했다.

유기상은 최성원을 다시 한 번 막았다. 최성원의 노련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성원의 공격을 대부분 잘 막았다. 유기상의 수비 에너지 레벨은 다른 선배들에게도 잘 전달됐고, 수비를 잘 해낸 LG는 42-33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유기상은 3쿼터 시작 1분 40초 만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 오른쪽 코너에서 노 마크 3점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유기상의 슈팅은 림을 돌아나왔다. LG 벤치와 LG 팬들의 탄식이 컸다.

그 사이, LG의 분위기는 묘해졌다. 조상현 LG 감독은 3쿼터 시작 2분 51초 만에 후반전 첫 타임 아웃 요청. 선수들을 질책했다. 그리고 유기상을 잠깐 벤치로 불렀다.

고참 위주로 구성된 LG 라인업이 정관장 공격을 틀어막았다. 동시에, 공격 리바운드 가담으로 정관장의 체력을 빼놓았다. 공수 밸런스를 회복한 LG는 3쿼터 종료 3분 24초 전 61-41로 달아났다. 승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다만, LG와 유기상 모두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유기상의 3점 한 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LG 선수들은 정관장과 차이를 더 빨리 보여줘야 했다. 그렇게 해야, 유기상이 부담 없이 3점을 던질 수 있기 때문.

LG가 다행히 4쿼터에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 종료 4분 45초 전 79-63으로 앞섰다. 그렇지만 유기상은 3점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초조할 수 있었다. 시간이 점점 ‘0’으로 수렴해서였다.

유기상의 도전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경기 종료 2분 42초 전 오른쪽 코너에서 찬스 획득. 5번째 도전 끝에 KBL의 역사를 수립했다. 어느 때보다 큰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역사를 쓴 유기상은 들뜨지 않았다. 수비와 리바운드, 공수 전환 등 기본에 신경 썼다. 그랬기 때문에, 유기상이 쓴 역사는 더 크게 느껴졌다.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LG가 앞)
- 2점슛 성공률 : 약 38%(15/40)-약 52%(17/33)
- 3점슛 성공률 : 약 46%(17/37)-약 33%(8/24)
- 자유투 성공률 : 65%(13/20)-약 86%(12/14)
- 리바운드 : 50(공격 22)-25(공격 4)
- 어시스트 : 25-12
- 턴오버 : 11-12
- 스틸 : 6-8
- 블록슛 : 2-4
- 속공에 의한 득점 : 4-2
- 턴오버에 의한 득점 : 14-10

[양 팀 주요 선수 기록]
1. 창원 LG
- 아셈 마레이 : 27분 39초, 17점 15리바운드(공격 6) 6어시스트 1스틸 1블롟ㅅ
- 유기상 : 29분 59초, 14점 7리바운드(공격 6) 1스틸
- 양홍석 : 16분 42초, 13점(3점 : 3/5) 8리바운드(공격 4) 2어시스트
- 이재도 : 27분 18초, 12점 8어시스트 6리바운드(공격 2) 2스틸 1블록슛
2. 안양 정관장
- 배병준 : 23분 59초, 15점(3점 : 3/4) 1리바운드
- 박지훈 : 28분 59초, 11점 5어시스트 3스틸 3리바운드(공격 1)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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