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돌파 '파묘', 오컬트물 열풍 신호탄 될까

정한별 2024. 3. 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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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범죄도시2'와 비슷한 800만 돌파 속도
"오컬트물, 타깃층 어려"…'파묘'는 어떻게 30·40대도 사로잡았나
'파묘'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파묘' 스틸컷

영화 '파묘'가 9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오컬트물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을까.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개봉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증명하는 중이다. '범죄도시2' 역시 개봉 18일째에 800만을 넘어선 바 있다. '범죄도시2'가 1,269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인 만큼 자연스레 '파묘'가 오컬트 영화 최초 천만 흥행작이 될지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사랑받은 장재현 감독의 새 작품 '파묘'는 풍성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받는 중이다. 오컬트물이지만 단순히 공포를 주는데만 집중하지 않고 역사적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무속신앙과 민족사를 엮은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기고 있다. 무속인으로 등장하는 화림(김고은) 봉길(이도현)의 모습도 흥미롭다. 두 캐릭터는 트렌디한 스타일링을 뽐내 'MZ 무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전의 오컬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힙한 무속인의 비주얼이었다.

주연을 맡은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은 모두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 데뷔를 알린 이도현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극 후반부의 빙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소름을 안겼다. 그는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 선배님이 빙의되는 장면을 연기하셨는데 그 장면을 많이 돌려보면서 연구했다. 실제 무속인 선생님들이 빙의가 돼 말투부터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한순간이라도 봉길의 말투가 나오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묘'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오컬트물 또한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영화 촬영을 위해 시골 폐교로 온 배우와 제작진이 촬영 첫날부터 오묘한 기운에 휩싸이고 깨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를 만나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그린 오컬트 공포 영화 '씬'이다. '씬'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오컬트적 소재에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했다.


'파묘'의 무기

'파묘'는 687만 관객을 동원했던 '곡성'을 제치고 오컬트 영화 사상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파묘' 스틸컷

'파묘'는 687만 관객을 동원했던 '곡성'을 제치고 오컬트 영화 사상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곡성'의 "뭣이 중헌디" 같은 유행어는 아직 없지만 작품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SNS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중이다. 오컬트물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된 관객들도 있다. 그러나 '파묘'의 흥행을 이 장르의 인기 신호탄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파묘' 측 관계자는 본지에 "장르적으로 다양한 작품들에 관심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면서도 "'파묘'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게 돼 감사하지만 오컬트물이 관심받는데 이 영화가 영향을 줬다고 단정 지어 말하긴 섣부를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파묘'가 이례적인 경우라고 이야기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파묘'의 흥행은 이 작품 자체가 가진 힘 덕분에 가능했다. 오컬트물의 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감독이 이전에도 비슷한 장르를 했는데 '파묘'가 특히 완성도 있게 만들어져 지금의 반응이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컬트물 마케팅을 준비할 때는 타깃층을 어리게 잡는다. 이 장르가 30대, 40대보다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묘'는 배우들의 연령대도 꽤 높았고 역사적 이야기도 다뤘다. 그래서 더 넓은 연령대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CGV 홈페이지의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파묘'는 30대 31.1%, 30대 21.4%, 50대 16.5%를 보이고 있다.

'파묘'를 통해 오컬트물의 부흥을 기대하기엔 아직 어렵다. 그럼에도 '파묘'는 이 장르가 외면받던 극장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 연령대가 사랑하는 배우 등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다면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불렸던 오컬트물도 흥행을 기대해 봄직하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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