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삼성 HBM 테스트 중, 큰 기대”

2024. 3.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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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GTC 2024’서 미디어 간담회
삼성·SK HBM ‘기술 기적’ 극찬
“삼성은 대단한 회사, 우리와 깊은 관계”
“칩 공급망 복잡…거대기업들 협업 중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호텔에서 가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현재 테스트 중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관련기사 3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호텔에서 가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 중이라고 언급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을 두고 직접 테스트 여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HBM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Not yet)”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D램을 수직으로 12단 쌓아 올린 HBM3E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산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자사 HBM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젠슨 황 CEO가 직접 삼성전자의 HBM을 두고 테스트 사실을 밝혀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HBM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삼성, SK하이닉스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BM 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건 GPU를 빼고 엔비디아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양사가 주력하고 있는 HBM 사업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젠슨 황 CEO는 HBM을 두고 ‘기술의 기적(technology miracle)’이라고 표현하며 “HBM 메모리는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DDR5과 같은 수준으로 봐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는 HBM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보여준 상승세는 놀랍다”고 덧붙였다.

현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4세대 HBM(HBM3)을 사실상 독점 공급받고 있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8단 제품(24GB)의 대량 양산체제에 돌입해 이달 말 고객사 공급을 앞두고 있다고 전날 발표했다. 시장은 여기서 말한 ‘고객사’를 엔비디아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양사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모든 파트너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우리와 삼성과의 관계는 매우 깊다(deep)”며 삼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삼성은 정말 대단한(extraordinary) 회사”라며 “삼성이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잊고 지낼 수도 있겠지만 삼성은 특별하다. 그게 삼성이 오늘날 세계 리더에 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젠슨 황 CEO는 “TSMC와의 파트너십은 우리가 맺은 파트너십 중 가장 긴밀하다”며 “TSMC는 훌륭한 파트너이다. 저는 TSMC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거대 기업들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대만 TSMC의)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공정으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결합하고 동시에 메모리는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으로부터 공급받아 대만에서 조립한다”며 “공급망이 간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 기업들 간의 협업(coordinations)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이들 회사 간의 협업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영향을 묻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라며 “먼저 정책을 이해하고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산 부품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동차 산업과 방위 산업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고, 우리는 각국의 목표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최후의 날(doomsday)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 CEO는 인간과 같은 수준의 AGI(범용인공지능)가 언제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5년 이내에 등장할 것”이라면서도 “이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라진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수학이나 읽기, 독해력, 논리, 의학 시험 등에서 5년 안에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가리켜 ‘현(AI) 시대의 오펜하이머가 아니냐’라는 질문에 “나는 오펜하이머가 아니다”면서 “오펜하이머는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나는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기업인으로서 인재경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회사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회사의 기반이 튼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홀로 2시간에 걸쳐 기조연설을 한 젠슨 황 CEO는 이날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과 1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을 주고 받으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도 질문이 이어지자 오히려 괜찮다며 적극적으로 답변에 응해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 막바지에는 조명 때문에 기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예 무대에서 내려와 기자들이 앉아 있는 구역 한 가운데에 서서 자유롭게 소통을 이어갔다. 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젠슨 황 CEO에게 사인을 받는 기자들도 있었다.

새너제이(미국)=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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