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기술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 [이승원의 기후 close-up]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은 언뜻 딱딱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카만 파리를 잡는 것처럼 ‘탄소 포집’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만 보이지 않는) 탄소를 잡겠다는 얘기다. ‘파리’라는 목적어를 ‘탄소’로 바꾸면 된다. 결코 어렵지 않다.
쉽게 말하면 지구 온난화에 가장 문제가 되는 이산화탄소를 낚아채서 땅에 묻겠다는 것이다. 공기청정기와 비슷하게 특정 기술을 이용해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격리)하거나 재활용한다는 뜻이다. 다만 국제적으로 ‘활용’ 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골칫거리’ 탄소를 다시 활용한다는 건 넌센스라는 맥락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CCS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에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가장 흔한 방법은 화석 연료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파이프라인이나 배를 통해 포집한 탄소를 저장고로 옮기는 것이다. 주로 땅 밑으로 보내는 개념이다.
다른 방법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탄소를 포집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이다. (서두에 파리 잡기를 언급한 건 이 DAC 때문이다). CCS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전에’ 포집하는 기술이라면 DAC는 대기 중에 있는 탄소를 잡아내는 기술이다. 빌 게이츠가 투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2023년 3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산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그 부담을 CCUS 등을 통해 해소하는 계획이었다. 구체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감축 총량은 유지하되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CCUS나 ‘국외사업(국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하고 감축 실적을 쌓는 방식)’을 통한 감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안이다. 이 때문에 CCUS를 통한 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1030만t에서 1120만t으로, 국제 감축은 기존 3350만t에서 3750만t으로 상향 조정됐다.
즉각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왔다. 일례로, 2023년 3월 비정부기구인 〈플랜1.5〉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과 거꾸로가는 기본계획’이라는 기후제안서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중인 CCUS 설비의 총량은 4500만t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CCUS 1120만t의 감축 목표는 현재 기술 개발 수준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대규모 상용화가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2030년까지 가동이 예상되는 CCS 저장소는 연 40만t인 동해가스전이 유일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정책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대표적 국제기구인 IEA(국제에너지기구) 등은 CCS가 탄소 제로를 위해 효과적이고 불가피한 ‘가교 기술(Bridge Technology)’이라고 주장한다. IEA는 “CCUS는 주요 부문의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이고 CO2를 제거, 피하기 어려운 배출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하는 유일한 기술 그룹으로서 넷제로 목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IEA는 2021년 한 보고서에서 “총 7.6Gt의 CO2가 포집되는데 이 가운데 약 50%는 화석 연료의 연소에서, 20%는 산업 공정에서, 30%는 바이오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탄소포집 기술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화석 연료에 대한 CCUS 개발에 실패하면 좌초 자산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고 동일한 수준의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에 약 15조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EA는 CCUS는 2050년에도 약 8억t의 CO2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 발전소 및 산업 플랜트에 추가로 장착할 수 있고 시멘트, 철강 또는 화학 제품 생산, 장거리 운송과 같이 다른 기술 옵션이 제한적인 부문의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23년 3월 ‘제6차 평가보고서’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을 위한 ‘기후 행동’ 방안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CCUS를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 부분을 제시하기도 했다. 화석연료가 불가피한 부문에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동 국가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해당 기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화석연료 자체 감축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된다는 논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이들 화석연료 국가들은 “이산화탄소는 미워해도 화석연료는 미워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돈이 되는 석유, 천연가스를 계속 사용/수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동시에 좌초자산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CCUS는 여전히 상용화 단계가 아닌 이론상의 시도이며 비용이 많이 들고 천연가스 생산-수송-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생산 등 모든 노력을 다한 후에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반론에는 ‘기술’적인 논박은 물론 ‘불가피성’에 대한 동의 여부, 그리고 ‘시기’에 대한 문제들까지 얽혀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2022년 9월 ‘ 탄소포집 핵심, 우리가 배운 교훈들’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한다. IEEFA 브루스 로버트슨 에너지금융분석가는 “CCS 기술이 지난 50년간 시도되고 있지만 많이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8일, 앞서 언급한 IPCC의 짐 스키아(Jim Skea) 의장도 경고음을 보냈다. ‘국제 에너지 주간’에 참여한 그는 CCS기술에 대해 “태양 에너지는 모듈식이고 규모가 작아 더 빨리 시스템을 굴릴 수 있다. 일단 임계점을 넘어서면 저절로 일어난다. 반면 CCS는 불가능한 일(Push water uphill)에 훨씬 더 가깝다”라고 말했다. 스키아 의장은 “CCS의 경우 아직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일부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세금 공제 등을 통해 이 기술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CCS 프로젝트에 대한 세금 공제액을 탄소 t당 85달러로 정했고, 2023년 영국 정부는 20년간 200억 파운드를 CSS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일부 대기업 등을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탄소 제거 크레딧을 선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50년 가까이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정부와 기업이 8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끝에 CCS를 갖춘 대규모 시설은 약 40곳에 불과하다”며 “2010년 이후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이 기술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또 “많은 기후 운동가들은 에너지 기업들이 CCS의 전망을 이용해 재생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늦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CCS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CCS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국제에너지기구는 2023년 9월 공개한 ‘넷제로 로드맵’에서 약간 톤을 달리했다.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세계 총 연간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0.1%(45 Mt)만이 CCUS로 포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2023 시나리오를 포함한 기후 완화 시나리오에서 CCUS의 역할이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전력 부문에서 CCUS의 감축 기여도를 이전보다 대폭 낮게 전망했다.
탄소포집저장 기술은 여전히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 상당한 비용 소모, 탄소 포집 및 저장의 전후 과정에서 나오는 악영향 등 검토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가장 문제는 CCS가 화석연료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유국들이 이 기술을 극찬하는 이유다.
탄소 포집 기술은 시멘트 등 탄소 배출 저감이 극도로 어려운 분야에 한정적으로 활용돼야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필요한 시기, 불가피한 부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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