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vs 포스코 '재건축 빅매치'…여의도 한양 '앗 뜨거'
걸림돌이던 상가부지 매입, 양사 모두 지원키로
21일 정비계획고시 안 되면 일정 밀릴 수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업계 정비사업 1·2위를 다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다. 주택사업 본부장 시절 극적으로 한남3구역 재개발을 따낸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새로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로 부임한 포스코그룹 '전략통' 전중선 사장의 자존심이 걸린 수주전이기도 하다.
최근 건설사들이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에선 소유주에 분담금 폭탄이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여의도 한양은 오히려 '억대' 환급금이 예상되는 사업지다. 조합원에게도 시공사에도 수익성에 여유가 있는 '알짜' 재건축이란 의미다.
'디에이치 vs 오티에르' 어떤 이름 달까?
여의도 한양은 1975년 준공한 최고 12층, 8개동, 588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한 재건축을 통해 최고 56층, 5개동, 아파트 992가구와 오피스텔 210실을 짓는 게 정비사업 골자다. 여의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재건축 단지다.
여의도 한양 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이달 23일 오후 '시공자 선정을 겸한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가 개최된다. 회의 안건은 시공사 선정 및 계약체결, 시공사 입찰보증금 사업비 전환 승인 등이다.
회의 당일엔 2차 합동 홍보설명회도 열린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오티에르'라는 고급(하이엔드) 브랜드를 약속했다. 양사는 현장 인근에 홍보관을 운영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13일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모처럼 펼쳐지는 수주 경쟁이다. 여의도 한양이 입지적 강점과 사업성을 갖춘 덕분이다.
여의도는 분양가상한제가 해제됐고, 이 단지는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으로 종상향이 이뤄져 일반분양 가구수도 확대됐다. 서부선 한양아파트역(가칭) 개통도 예정돼 있다. ▷관련기사: 부동산 한파에도 '착착' 순항 중인 여의도 재건축(2023년12월21일)
조합원 입장에서도 분담금이 아닌 환급금을 기대할 수 있다. 영등포구가 이달 11일 공람공고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복도식인 A~C동에서 동일 평형을 선택할 경우 9131만~1억429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분양수입 현대, 공사비 포스코 '우위'
현대건설은 대안설계를 통해 분양수입을 극대화해 환급금을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KB신탁이 추정한 개발이익(850억원)보다 2151억원 많은 3001억원을 확보함으로써 가구당 평균 3억6706만원을 추가 환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는 KB신탁 추정을 반영해 아파트 6000만원, 오피스텔 6208만원의 3.3㎡(평)당 일반분양가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은 이보다 높은 아파트 7500만원, 오피스텔 8500만원 수준에 일반분양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일반분양 수입이 발생하면 환급금부터 지급하고 공사비를 받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원안설계 그대로 사업을 추진해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의 대안설계를 적용하면 2031년 5월 준공되겠지만, 자신들은 2030년 8월까지 마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사비 경쟁력은 포스코이앤씨가 앞선다. 포스코이앤씨는 3.3㎡당 798만원, 현대건설은 3.3㎡당 824만원(대안설계)을 제시했다. 총 공사비는 각각 7020억원, 774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 측은 전용면적 기준 오피스텔 3100㎡(937평), 아파트 1920㎡(580평) 가량의 공사 면적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가부지 처리도 이 사업의 관건이다. 여의도 한양은 단지 내 상가인 롯데슈퍼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해 지난해 10월 서울시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서울시, 여의도 한양 재건축 제동…신탁사 무리수 뒀나?(2023년10월17일)
이에 KB신탁은 롯데슈퍼 부지를 898억원에 매입하는 협약을 작년말 맺었다. 시공사를 선정해 입찰보증금을 받으면 이를 사업비로 전환해 부지 매입에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슈퍼 부지 매입에는 양사 모두 지원 방침을 내걸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체자금 500억원을 시중은행 최저금리 수준으로 대여해 계약금 30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절감시킬 것을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별도 자금을 투입하진 않지만 이를 포함한 사업비를 저리에 조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도 높은 신용등급을 통해 직접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21일 고시 예정인 정비계획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서울시의 정비계획 변경안이 고시되지 않으면 전체회의 일정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 조합 측은 고시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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